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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품귀①]물류·건설·쓰레기대란 도미노 우려…불안감 팽배

소방 등 공공부문도 불똥…정부 "필수차량에 지장 없을 것"해외직구 시장으로 몰려…인터넷 판매 사기 주의보설상가상 화물·철도 파업 예고…협상 난항 예상·물류난 부채질

입력 2021-11-10 10:16 | 수정 2021-11-10 10:22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처를 알아보려고 총력전을 펴고 있으나 시장 불안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팬데믹(범유행)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미·중 간 기술패권 다툼이 심화하고 있어 언제든 제2, 제3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요소수 품귀 사태의 배경과 정부의 대응책, 재발 가능성 등에 대해 총정리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 요소수 품절.ⓒ연합뉴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조기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각 산업분야로 불안감이 퍼지는 중이다.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연쇄적으로 해를 끼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요소수 재고량과 관련해 "중국에서 수입하는 게 55만t이고 그중 33만t은 산업용, 차량용은 8만t"이라며 "하루에 200t쯤 필요한 데 재고를 파악해 보니 한 달쯤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요소수가 부족하자 가격은 뛰고 사재기마저 벌어지고 있다. 보통 중간 도매상에 1만원쯤에 유통되던 10ℓ들이 한 통의 몸값은 인터넷에서 20만원대까지 껑충 뛰었다. 화물차나 농기계에 요소수 대신 유사 대체 제품을 사용하다 고장 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라도 요소수를 사려는 수요자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기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9일 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요소수 판매 관련 사이버 사기 신고가 총 4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애초 요소수 품귀 현상은 화물차에서 비롯됐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촉매제다. 정부는 배기가스 배출 규제인 '유로6'가 적용된 2016년 이후 제작된 트럭 등에 NOx 저감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달게 했는데 요소수는 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SCR 부착 경유 차량은 승용차 133만대, 승합차 28만대, 화물차 55만대로, 현재 운행되는 경유차 330만대의 60%쯤을 차지한다. 요소수가 부족하면 운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속도가 20%쯤으로 줄어 사실상 운행이 불가능하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면 물류 대란이 벌어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장거리 운행이 많은 화물차의 경우 보통 300∼400㎞를 주행할 때마다 10ℓ의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 하루 또는 이틀마다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요소수 품귀 현상은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제때 후속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물류·버스·쓰레기 대란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공산이 크다. 먼저 '서민의 발'인 버스업계가 운행을 멈출 수 있다. 국토교통부 설명으로는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버스는 2만대쯤이다. 시내버스는 3만5000여대 중 9000여대로 디젤버스 비중이 작지만, 고속버스는 1800여대 중 700여대, 시외버스는 5800여대 중 4000여대가 디젤버스다.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한 달쯤 지나면 재고량이 바닥나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는 택배 현장은 당장은 피해가 없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CR 부착 의무 이전인 2015년 등록 차량이 많은 데다 대부분 소형이어서 일단 요소수를 보충하면 한두 달쯤 운행이 가능해서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허브 터미널과 서브 터미널을 오가는 간선 택배 차량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해 최악에는 배송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류비 인상은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쓰레기 수거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에서 운행되는 청소 차량은 총 3236대로, 이 중 쓰레기 수집·운반 차량(2286대)의 절반쯤인 1171대가 요소수를 보충해야 하는 차량이다. 서울시가 파악한 요소수 재고 물량은 3주쯤 사용량밖에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00만 인구가 모여 사는 서울시에 쓰레기 대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이후 생산된 트랙터와 콤바인 등 일부 농기계는 요소수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농사를 위해 요소 비료를 당장 뿌려야 하는 농가들은 비료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농협에서 공급하는 요소 비료는 대부분 지역에서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멘트와 골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나 덤프트럭, 레미콘 등 화물차량의 상당수가 요소수 없이는 가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시멘트·레미콘·골재 등 건설자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공기 지연 등 타격이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굴착기 등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건설기계 장비도 요소수 대란으로 가동 중단이 우려된다.

▲ 소방차.ⓒ연합뉴스

품귀현상 불똥은 소방 등 공공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 4일 전국 소방본부에 공문을 보내 요소수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전국 6748대 소방차 중 80.5%, 구급차량 1675대 중 90.0%가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이다. 소방청은 일단 전국적으로 내년 2월까지는 요소수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는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치안 안전 분야 차량 운행에 요소수를 최우선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주유소가 요소수를 소방 관련 차량에 우선 보급할 수 있게 체계가 갖춰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직접구매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상대적으로 수급에 여유가 있는 일본에서 직구에 나서고 있다. 일본 물류업계에 따르면 8~9일 이틀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들어온 요소수는 6.5t에 달한다. 일본 당국은 개인 직구의 경우 10ℓ 단위로 특별한 검사 없이 무관세 해외 반출을 허용한다.

중국 오픈마켓 사이트에서 요소수를 직접 배송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 세관이 사실상 차량용 요소수를 수출제한 품목에 추가한 상태다. 관세청 관계자는 "요소수 직구 수입은 수입제한 품목이 아니어서 그동안 진행돼 왔으나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규제하면서 직구 수출도 금지한 상태"라며 "정부 간 거래가 아닌 사업자·개인 간 거래여서 관세청이 관여하는 데 애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요소수 넣기 위해 길게 줄 선 트럭들.ⓒ연합뉴스

일각에선 품귀 현상이 완화될 때까지 요소수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환경부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성급히 규제를 푸는 조치는 고려치 않는다는 견해다.

요소수를 넣지 않아도 되게 SCR 설정을 바꾸려면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몇달이 걸릴지 모르고, 기존 차량에 일일이 적용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다. SCR을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다. SCR은 차량의 메인 시스템과 연동된 기본 장착 제품이어서 설정 변경 없이 탈거하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환경부로선 미세먼지가 심각한 겨울철이 다가오는 것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 중이다.

▲ 철도노조-화물연대, 연속 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연합뉴스

설상가상 화물연대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파업을 예고하면서 물류 대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9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철도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연속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에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적용·일몰제 폐지를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과적·과속운행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최소 운임제도로,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내년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의 전차종·전품목 확대 적용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달 말부터 1차 총파업, 다음 달 말부터 2차 총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국제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진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전체 물류에서 화물차(도로) 운송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92.6%에 달한다. 컨테이너 차량의 경우 화물연대 비중이 커 파업에 돌입하면 수출입 물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이달 19일 시간 외·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25일엔 준법투쟁과 병행하는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태도다. 정부는 요소수 품귀로 화물차가 운행을 멈추면 대안으로 철도운송을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철도노조마저 파업에 들어가면 물류난이 심화할 전망이다. 철도노조는 전라선에 SRT 대신 수서발 KTX를 투입하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을 통합하라고 주장한다. 고속철 통합 문제는 논란이 커 내년 대통령선거 이후로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노사 협상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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