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장 공백 7개월, 시의회 "김헌동 후보자 부적격"서울시장, 시의회 반대에도 金후보자 임명절차 강행 예상전문가-온라인커뮤니티, 후보자 정책 실현가능성 의문 제기
  • ▲ 김헌동 SH공사 사장 후보자. ⓒ 연합뉴스
    ▲ 김헌동 SH공사 사장 후보자. ⓒ 연합뉴스
    SH공사가 지난 4월 이후 7개월 째 수장 공백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헌동 후보자 사장 임명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피로감도 치솟는 분위기다.

    11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특위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10일 열린 김헌동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이후 부적격 판단을 내린 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인사청문특위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 정비사업 관련 전문가로서의 소신 의문 등을 이유로 김 후보자를 SH공사 사장으로 추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정책소견 발표에서 거론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원가에서 토지 가격을 빼 분양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남구 SETEC부지와 수서역 공영주차장 부지, 용산구 용산철도정비창 부지, 은평구 혁신센터 부지 등을 거론하며 빠르면 내년초 예약제를 도입해 시행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권 30평대는 SH이윤을 붙여 5억원, 주변은 3억원 정도가 적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원들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관련 실현가능성이 적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후세대가 토지임대부 주택의 한계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며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 사업성이 높지 않고 시장에서 사고 팔수 없어 향후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는 주택이다보니 자산 가치가 크지 않아 또다른 빈부격차 이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 외에도 SH공사가 지은 아파트 분양원가 10년치를 공개해 합당한 아파트 가격을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SH공사 보유 토지 장부가액 현실화, 공공택지 매각 불가 방침들도 내놨으나 시의회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값 아파트나 분양가 상한제를 주장하면서 공급 규모나 시기,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 실행 계획을 명확히 주장하지 못했고, 분양원가 공개나 토지임대부 주택 정책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가 내놓은 정책 실현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나 시민들도 기대보단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를 낮춰 건설사들의 폭리를 막으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된다는 논리를 실현하기 위해선 대량의 주택이 저가 공급되야 한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제시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국공유지에 지어지는데 서울에서는 가용토지의 한계로 대량 주택 공급이 쉽지 않다”며 “신규 아파트나 신규주택이 여기저기 분산돼 공급되면 결국 분양가를 낮춰도 인근 시세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도 김 후보자의 정책 실현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시민들은 과거 분양한 반값 아파트 가격이 현재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비슷한 정책을 펼쳐 또 한번 로또아파트를 양산하려 한다며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김 후보자 거론한 강남구 SETEC이나 수서 주차장 등은 사업성이 높은 곳인데 도심 한가운데 임대주택과 비슷한 아파트를 공급하려 한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과거 시민단체 소속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주 중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에 동의한 점도 뜨거운 감자다. 앞서 김후보자가 저서와 유튜브 등을 통해 송파헬리오시티 아파트를 예로 들며 재건축은 집값만 상승시킬 뿐 부동산 시장 안정성에는 효용성이 없다고 발언했으나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재건축 동의서를 제출한 것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고쳐쓰는 것이 원칙이고 일대일 재건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최고장 비슷한 공문이 와서 동의서를 냈다”고 해명했다. 시의원들과 여론은 김 후보자의 언행불일치 발언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시의원회가 반대 의견을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헌동 후보의 SH공사 사장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주 임명 절차 진행 여부가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