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공시법 '아파트 전수조사' 등재부동산원, 기준호 1.6% 조사뒤 '개별호' 매겨국토부, 위법 제기에 "활용자료일뿐" 전수조사 주장전문가 "서울·제주 3~4개 실거래자료만 반복활용사례 발견"
  •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둘러싼 세금 폭탄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세금 산정의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 신뢰도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학계 일각에선 정부가 관련법령을 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위법한 산정근거로 세금 폭탄을 투하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26일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을 매길때 사실상 샘플링조사를 활용했다. 아파트 단지내 대표성을 띠는 가구를 '기준호'로 정해 공시가격을 산출한뒤 이를 토대로 단지내 다른 가구의 공시가격을 조정·산정했다는 얘기다.

    올해 공시가격을 매긴 아파트 1146만1300가구중 기준호는 17만8422가구다. 전체 대상의 1.6%에 불과하다. 아파트 100가구의 공시가격을 매기면서 실제로는 1~2가구만 조사한 셈이다.

    현행법(부동산가격 공시법령)에는 공시가격은 가구별로 반드시 전수조사하게 돼 있다. 전수조사하지 않고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법 위반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전체 세대를 대상으로 적정하게 조사·산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부동산원 조사자들이 매년 현장조사를 통해 단지별·가구별 특성을 분석하고 실거래가격과 감정평가선례, 시세정보 등 데이터를 수집·검토하는 등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기준호는 아파트 가치가 단지별로 형성되는 여건을 고려해 공시가격 조사때 활용되는 유형별·평형별 최고·최저 가격을 의미한다"며 "표본으로서 특정가구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조사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다"며 "최고·최저가격, 세대별 가격수준, 층·방향·조망·소음, 편의시설 접근성 등 특성요인 간 가격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국토부 해명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마치 표준·개별주택에 대한 가격 공시처럼 접근해 설명하는데 관련 법령에는 아파트의 경우 '전수조사'라고 못 박혀 있기 때문에 조사자 편의상 기준호·개별호를 구분해 조사하고 가격을 매기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해명은 2006년 이후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전수조사하지도 않고 표준·개별주택처럼 표준만을 정밀 조사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가 법률상 하자가 있는, 부실한 공시가격을 근거로 삼아 종부세를 매겼다는 얘기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

    기준호에 대한 표본선정을 어떻게 한 건지 절차적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설명은 기준호가 사실상 '표준주택'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준호가 적절히 선정됐는지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부나 부동산원이 기준호를 가지고 다른 가구의 공시가격을 매겼다면 표본이 된 기준호를 표준주택처럼 따로 공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호를) 부동산원 마음대로 선정했는지,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기준호가 다른 아파트 공시가격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것이 매년 바뀌거나 공시가격을 만드는 몇 달 새 바뀌지는 않았는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지난 6월26일 열린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부동산가격공시제도 개선안' 자료를 보면 제주지역 아파트 단지 45개에 대한 공시가격 조사 결과 A아파트(810가구)의 경우 가구별로 실거래가격이 2개씩 참고자료로 인용돼 있었지만, 전체 실거래 사례 44건 중 단 4개만 참고자료로 사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시가격 산정근거로 공개된 실거래 참고자료 1620개가 4개 사례만을 가지고 전부 '복붙'(복사해 붙임)해서 만든 중복자료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