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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업계는 10% 중후반대 인상률 적용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 갱신을 앞둔 고객들에게 20% 내외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이달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잠정적 인상률로, 이달 말경 최종 인상률이 결정되면 안내문이 재발송된다.
보험업계는 지난 9월말 기준 실손 손해율이 131%를 기록, 더이상 적자폭을 감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으로 인한 보험업계 적자는 지난해 2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손보업계는 올해 적자가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에는 향후 10년간 112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실손 누적 적자가 112조 3000억원, 손해율은 166.4%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연구원은 지난 4년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연평균 13.4%인 반면, 보험금은 연평균 16.0%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한 소수 과잉 의료 이용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비급여 관리 기준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실손 손해율 초과분인 30% 인상 요구 목소리도 나왔지만, 고객들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20%의 절충 요율을 정한 것"이라며 "그동안 평균 10%대의 인상률에 그치는 등 손실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코로나 등 경기상황을 고려해 보험사들이 적자를 감내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당국은 코로나 장기화에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데다, 내년 대선 변수등을 고려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1세대와 2세대 '표준화 실손보험'에 대해 20%, 3세대는 10%대의 인상을 주장했지만 당국 지침에 따라 평균 10∼12% 인상률을 확정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보험료 산정은 시장서 결정되는게 맞다면서도, 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정 원장은 지난 16일 '손보업계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직후 "실손보험은 3900만명이 가입해 요율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며 "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월 안에 내년도 인상률이 결정되야 함에 따라, 이달말까지 양측의 평행선이 지속될 경우 올해보다 소폭 인상된 10%중후반대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며 "해마다 실손손실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당국도 보수적 인상률만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