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권영수 부회장 등판… IPO, 북미 확대 '속도'삼성SDI, 미전실 출신 '전략통' 최윤호 내세워 드라이브SK온, '전략통' 지동섭 대표에 최재원 부회장까지… 성장 기대감
  •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업계가 새로운 수장 인선으로 전열 재정비를 마치고 새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총수 일가에서부터 그룹 내 2인자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 전문가까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사업 전반에 나서면서 내년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전폭적인 육성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다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먼저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은 지난달 그룹 최고운영책임(CCO)을 맡았던 권영수 부회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광호 회장 체제에서 그룹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구조 개편 등 밑그림을 그려왔던 핵심인물이다.

    권영수 신임 대표는 조직을 환기하는 차원의 '핀셋 교체'로 평가된다. 해외 투자와 함께 불거진 배터리 화재에 대한 시장 의구심 해소라는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때문에 외형 성장은 물론,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앞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개에서 20여개로 확대하고 회사를 중대형 배터리 시장 선도 업체로 키웠다.

    그룹 내에서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가장 높은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6년 만에 배터리 사업으로 돌아온 권영수 대표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최근 품질 이슈가 발생했지만, 주눅들 필요 없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더 큰 도약을 위한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의 중심에 여러분이 서 있다는 자부심을 결코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부임 이후 배터리 조직 역량 강화를 위한 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최근 권 대표는 기존 3~4개의 PM(Project Management) 팀들을 센터로 승격시켰다. 센터장 자리에는 배터리셀 전문가로 통하는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을 앉혔다.

    기존 조직 구성을 보다 체계화시킴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의 성장을 가속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 프로젝트들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총괄하는 PM센터는 점차 인력도 대폭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센터로 승격된 PM은 프로젝트 관리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면서 "수주부터 생산, 출하까지 모든 과정에서 보다 체계적이며 리콜 등 위기관리에도 효과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 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연이은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공장 설립과 함께 20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을 순조롭게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권 대표는 내달 기업공개(IPO)의 성공적 완수를 기반으로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내년 1월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공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10조원에 달하는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권 대표는 그룹 내 금융담당, 재경팀장, 재경부문장 등 재무 전반을 맡아온 '재무통'이다. IPO 추진 성공을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기준 연간 120GWh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26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공모 자금을 오창 공장, 북미, 유럽, 중국 등 국내외 생산기지 생산능력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한국-북미-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업계 최다 '글로벌 5각 생산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 ▲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삼성SDI도 7일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

    전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당시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중 유일한 부회장급 인사이자 삼성SDI 창사 51년 만에 처음으로, 그룹 내 배터리 사업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게 됐다.

    전 부회장 뒤를 이어 선임된 최 대표는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사업지원 TF 담당 임원, 전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거치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장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폭넓은 경험과 위기관리능력, 재무적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최 사장이 삼성SDI로 옮겼다는 자제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삼성SDI는 품질 안전성과 품질 고도화 등 질적 성장을 핵심 기조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서는 설비 투자 면에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8월 그룹의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전략 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배터리 부문이 빠져 있어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이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SK온에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SDI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정적인 성장 기조 아래 최 대표의 투자 역량을 십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총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후문도 이 때문이다.

    삼성SDI 측은 "글로벌 사업 경험과 그룹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재무통, 전략기획통으로 인정받은 최 사장이 합류하면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2월 헝가리 공장 증설에 1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최근에는 미국 투자 계획도 공식화했다. 삼성SDI는 현재 국내 울산과 함께 중국 서안, 헝가리 괴드 등 세 곳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2025년 상반기까지 미국에 23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배터리셀과 모듈을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 규모를 40GWh까지도 확장할 수 있다.

    동시에 기술력과 품질,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 대표는 최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의 품질을 기반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루자"면서 "진정한 1등을 향한 삼성SDI의 여정을 함께 시작하자. 꿈을 향한 도전에 제가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SK이노베이션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SK이노베이션
    10월1일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SK온은 SK그룹에서 '전략통'으로 꼽히는 지동섭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 글로벌 완성차 고객 확대 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동섭 대표는 SK텔레콤 경영전략실 기업전략실장, 컨버전스 TF장, 미래경영실장,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쳤으며 2016년 12월 SK루브리컨츠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2019년 12월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로 선임돼 굵직한 현안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과정에서 합리적인 면이 돋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확장기의 기틀을 성공적으로 다진 지 대표는 배터리 사업 대표를 맡기 2년 전부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성장 전략을 모색해온 e모빌리티 그룹의 리더도 겸임한 바 있다.

    자금 유치를 위해 최근 3조원 규모의 프리 IPO를 결정한 SK온은 확보된 자금을 글로벌 배터리 생산거점 투자에 사용한다. SK온은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500GWh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공장을 완공했으며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포드社와는 2027년까지 89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미국에 129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2조6000억원을 들여 헝가리 이반차에 배터리 3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배터리 4공장 신설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로 합류하면서 배터리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입지를 공고히 할 전망이다.

    최재원 대표는 지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직을 수행한다. 최 대표는 성장 전략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지 대표는 경영 전반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공식적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 대표는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빠른 현안 해결과 배터리를 조기에 그룹 주력 사업으로 안착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SK온 측은 "그룹 대주주인 최 수석부회장이 대표를 맡은 것은 책임경영을 통해 중요한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회사를 글로벌 톱 배터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