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에 호텔 매각 러시브랜드 재정비 나선 여행가오미크론 타격에 올해도 회복 불가
  • 올해 호텔·여행업계는 '위드코로나' 기대감으로 회복을 꿈꿨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파격 인사, 브랜드 재정비, 생존 전략 모색으로 체질개선에 나섰던 한 해였다.

    ◇ 국내 여행사, 조직 간소화로 체질개선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자 매출이 제로에 가까웠던 여행사들 입장에서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시행이 불가피했던 실정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상위 1~2위 여행사는 물론이고 노랑풍선, NHN여행박사, 레드캡투어, 자유투어 등이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자구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현재 최소한의 인력만 남아있는 상태다. 조직 간소화가 단행된 여행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 재개 대비에 나섰다.

    실제로 전직원 업무 복귀에 돌입한 하나투어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놓고 11년간 바꾸지 않았던 CI(Corporate Identity)마저 교체했다. '패키지' 상품에 집중돼있던 여행사업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의미다. 

    모두투어 역시 조직을 재정비하고 해외여행 재개에 총력을 기울인다. 모두투어는 B2B 대리점 영업 재개 지원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 ⓒ롯데호텔
    ▲ ⓒ롯데호텔
    ◇ 호텔업계, 불황 타개할 '파격' 인사

    롯데그룹은 올해 계열사 전반에서 '순혈주의'를 깬 인사가 진행됐다. 특히 호텔·서비스 총괄대표에 안세진 놀부 대표를 내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위기 타개를 위해 파격 인사도 주저하지 않았다.

    안 신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한 신사업 전문가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 트렌드에 발맞춰 '젊은 피'를 앞세웠다. 서종원, 이철승, 조성일 부장을 상무로 승진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종승 더테이스터블 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이들은 모두 1970년대생으로, MZ세대를 겨냥하며 새 컨셉의 호텔 오픈하는 등 새 판을 짜온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신사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 ▲ ⓒ호텔신라
    ▲ ⓒ호텔신라
    ◇ 특급호텔, 가정간편식 '프리미엄' 전쟁 과열

    신세계조선호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이어 호텔신라도 신라호텔 브랜드를 내건 프리미엄 밀키트를 내놨다. 특급호텔가에서는 호텔 브랜드를 앞세워 프리미엄 수요를 잡는 호텔 HMR 시장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호텔신라는 '집에서 즐기는 호텔 파인 다이닝'을 모티프로 한 프리미엄 밀키트 ‘신라 다이닝 앳 홈(SHILLA DINING at Home)’ 을 출시했다.

    호텔업계의 밀키트 전쟁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과열되는 분위기다. 집밥 수요가 높아지고 1~2인 가구 증가로 밀키트는 이미 '프리미엄' 열풍이 불었다. 한끼를 먹어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는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신세계조선호텔은 중식단 호경전의 메뉴를 밀키트화한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삼선짬뽕이 인기를 끌자 탕수육을 추가로 출시했고 한화호텔은 프레시지와 손잡고 63 레스토랑의 메뉴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63 다이닝 키트’를 판매 중이다.
  • ▲ ⓒ밀레니엄 힐튼 서울
    ▲ ⓒ밀레니엄 힐튼 서울
    ◇ 코로나19에 두손 든 호텔가 매각 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숙객이 줄며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한 호텔들이 매각되며 줄줄이 문을 닫았다. 특히 르메르디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에 이어 강남에 위치한 호텔들이 아파트 등 주거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도 1300억원에 매각돼 이달 말 문을 닫는다. DL이 이 호텔과 뒤편에 위치한 일부 부지를 부동산 개발 업체 티마크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지난 8월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남산에서 40년 넘게 영업한 밀레니엄힐튼 호텔은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된 뒤 고급 호텔과 오피스, 소매 시설이 포함된 복합 시설로 바뀔 계획이다. 신도림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은 케펠자산운용에 매각된 가운데 오피스로 변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과 한강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한남동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그랜드하얏트 호텔 주차장은 2000억원에 매각됐고 주택 부지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 ▲ ⓒ호텔신라
    ▲ ⓒ호텔신라
    ◇ K-호텔, 글로벌 시계 멈춰선 올해

    글로벌 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호텔그룹들도 코로나19 타격 회복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던 국내 호텔들은 오픈 일정 연기, 운영 중단 등이 불가피했다.

    호텔신라는 오는 2023년 '신라스테이 새너제이'를 오픈할 예정이다. 당초 호텔신라는 올해 오픈을 목표로 준비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오픈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픈 한달만에 문을 닫았던 베트남 신라모노그램 다낭도 여전히 운영 중단 상태다. 관광객 회복 수준에 따라 현지 상황을 감안해 재오픈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호텔롯데도 지난해 오픈한 미국 시애틀 롯데호텔을 포함해 많은 글로벌 호텔이 객수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비즈니스 고객 수요가 늘어나면 객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여행사 올해도 줄 폐업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여행사 1000여곳이 문을 닫은 가운데 최근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도 만료되면서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현재 여행사는 2만1671개로, 지난해 말 대비 612개(2.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보다는 938개(4.1%)나 줄었다.

    국내 여행사는 지난 9월 말 2만2609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2만2283개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3월 말 2만2115개, 6월 말 2만1671개로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현재 국외여행사는 9099개로 지난해 9월 말보다 633개(6.5%) 감소했고, 국내 여행 주선 업체는 6661개로 5.4% 줄었다. 다만 해외·국내 여행 사업을 모두 하는 일반여행사는 5911개로 73개(1.3%) 늘었다.
  • ▲ ⓒ신세계조선호텔
    ▲ ⓒ신세계조선호텔
    ◇ 서울 시내 럭셔리 호텔 대격전

    올해 5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최상급 호텔브랜드인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Josun Palace, a Luxury Collection Hotel, Seoul Gangnam)이 공식 오픈했다.

    조선 팰리스는 럭셔리 호텔이었던 초기 조선호텔을 바탕으로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지난 100여년의 헤리티지를 계승해 최상급의 독자브랜드로 개발한 조선 팰리스의 첫 호텔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다. 

    국내 호텔그룹은 물론 글로벌 호텔그룹들도 서울 시내에 럭셔리 호텔을 열며 경쟁이 심화됐다. 올해 서울 여의도에 '페어몬트' 호텔도 문을 열었고, 잠실에는 '소피텔'이 문을 열었다. 서울 시내에 번진 럭셔리 호텔 전쟁이 본격적으로 과열된 한해였다. 
  • ▲ ⓒ하나투어
    ▲ ⓒ하나투어
    ◇ 국내 여행 수요 급증, 무착륙 관광비행도 인기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여행과 숙박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 국내 호텔 검색량은 작년 대비 약 43% 증가했고, 2021년 국내 호텔 예약 건은 작년 대비 약 78% 늘었다. 눈여겨볼 점은 작년과 비교해 검색량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인 지역이다. 모두 중소도시로 세종시(연기면, 약 18배), 밀양시(약 8배), 성주군(약 7배), 청도군(약 5배), 순창군(약 5배)이었다

    ‘무착륙 관광비행’ 수요도 많아진 한 해였다. 정부가 면세점 구매한도 제도를 43년 만에 폐지하면서 해외여행 갈증을 풀 무착륙 관광비행은 앞으로도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국내 공항에서 출발해 외국 영공에서 선회 비행한 뒤 착륙 없이 공항으로 복귀하는 관광상품이다. 해외에 착륙하지는 않지만 국제선 운항이기 때문에 기존의 해외여행과 마찬가지로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
  • ▲ ⓒ롯데호텔
    ▲ ⓒ롯데호텔
    ◇ 사라지는 호텔 어메니티, 친환경 바람

    올해 호텔 '어메니티'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환경부가 숙박업소의 일회용 위생용품 무상제공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개정안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으로, 말 그대로 대부분 비닐이나 고무·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편의용품 제공을 막아 쓰레기 배출을 줄인다는 목적이다. 내년 객실 50개 이상의 숙박시설을 시작으로 2024년엔 모든 숙박업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특급호텔가는 선제적으로 친환경 어메니티 변화로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L7호텔과 롯데시티호텔에서 일회용 어메니티를 대용량 다회용 디스펜서로 대체하고, 객실에서 제공되는 무료 생수를 무(無)라벨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워커힐 호텔에서 사용하던 플라스틱 컵은 유리잔으로, 종이 코스터는 재사용이 가능한 실리콘 소재로 교체됐다. 또한 일부 식음료 업장의 포장용기 및 객실 슬리퍼, 런드리 백 등도 생분해성 재질로 제공되고 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온탕-냉탕 오간 여행가, 해외여행 재개 무산

    '위드코로나', 연말연초 성수기를 기점으로 회복을 기대하던 여행업계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상품 재개, 직원 정상 근무 등을 실시했다. '트래블버블'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재개됐고, '보복소비' 수요가 몰리면서 예약률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로 하늘길이 다시 막히면서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여행사들의 예약자의 90% 가량이 예약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취소료 면제 방침을 적용하다보니 여행업계의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 심리 회복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만큼 이미 손실이 누적돼 있는데다 갑작스러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전세계 확산으로 인한 예약 취소로 여행업계 타격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