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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항공빅뱅'… 국토부 나설 때 됐다

슬롯·운수권·가격 제한 덕지덕지업계·채권단·전문가 "외려 항공산업 경쟁력 훼손"이달 공정위 전원회의… "전향적 의견조율 필요"

입력 2022-01-03 10:32 | 수정 2022-01-03 11:03

▲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기 ⓒ 연합뉴스

이럴려고 합병에 나섰나.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쪽으로 기울었다.

경쟁제한과 독과점 우려에 슬롯이나 운수권을 제한하고 대체 사업자가 나설 때까지 가격인상도 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당사자는 물론 채권단인 산업은행, 항공업계 전문가 등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항공산업 특수성을 망각한 처사라는 게 대개의 평가다.

인수합병은 인수자가 피인수기업을 사들여 기존보다 늘어난 인프라를 활용해 2~3배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인데, 자칫 공정위가 ‘딜’의 원칙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항공 네트워크 사업 특성을 잘 이해하는 국토부가 나서서 항공산업 경쟁력 훼손을 막아야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달 예정된 전원회의에서 이해당사자는 물론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노선·슬롯 관련 의견조율, 기존 노선 재배분에 결합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시비에 장거리 노선을 반납한다고 해도 국내 LCC가 당장 가져올 수 없고, 외려 외항사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문제 제기다.

공정위 방향대로 라면 애초 기대했던 항공빅뱅은 물건너 가는 셈이다.

국제여객 기준 18위 회사와 32위 회사가 합쳐 28위에 그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매출 20조·자산 40조의 글로벌 7위 항공사 탄생은 온데간데 없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 뉴데일리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결합은 두 곳이 합쳐(1+1) 2또는 3의 효과를 내는 것이 기본”이라며 “노선과 슬롯은 항공사에 있어 핵심적인 자산이며, 양사 시너지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노선과 슬롯을 자유로이 활용해야 나타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딜을 두산 박용만 전 회장의 ‘걸레론’으로 까지 빗댔다.

두산에서 M&A가 활발할 당시 박 전 회장은 “나에게도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자사에 도움되지 않는 회사는 시장 어느 곳에서도 니즈가 없을 것"이라는 강조한 바 있다.

또다른 항공전문가도 "현재는 공정위가 독과점을 이야기할 시점이 아니다. 아시아나의 특수성을 다시한 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상황이 어려워질 대로 어려운 아시아나는 시장에서 환영받는 매물이 아니다. 공정위 보고서상으로는 대한항공 측에 아무런 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장도 "공정위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라며 "독과점 여부보다 항공업 경쟁력 유지가 먼저"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결합심사를 이끌어야 할 공정위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경쟁당국에 우리 공정위가 ‘알아서 긴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국적사에 불리한 틀을 제시했다"며 "미국이나 EU, 중국, 일본 등이 한국 공정위보다 낮은 수준의 허가나 불허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희진 기자 heeji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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