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을지로委 "100조 추경 촉구"…與의원 83명 참여이재명 후보 "전국민 지원금 필요"…철회 후 군불때기뭉텅이 나랏돈이 물가 자극할라…지원금 효과도 논란文정부, 가스료 인상 부담은 차기 정부로 떠넘겨
  • ▲ 추경-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추경-재난지원금.ⓒ연합뉴스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여야 할것 없이 퍼주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초유의 2월 '꽃샘 추경(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두고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점입가경이다. 25조원을 거론하던 여당 일각에선 4배나 뛴 100조원대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설상가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철회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다시 만지작대며 군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고물가 상황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3일 대정부 결의안을 내고 "코로나19(우한 폐렴)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보상과 지원을 위해 100조원의 추경안 편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여당 의원 83명이 참여했다.

    애초 이 후보는 최소 2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언급했고 하명을 받은 민주당은 최대 30조원까지 추경이 가능하다며 새해 벽두부터 2월 추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선(先)지급·선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정이 협력해 추경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여기서 몇 발짝 더 나아가 추경편성 규모를 이 후보가 거론했던 것보다 4배나 많은 100조원으로 늘리자며 급발진하고 나선 셈이다.

    이 후보는 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경)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로 추가 지원하는 게 맞다"며 "100조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한들 작년까지 다른 나라가 지원한 것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편성 시점은) 설 전에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규모는 25조원 내지 30조원 정도가 실현가능한 목표라 생각한다. 최소 1인당 100만원 정도는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야당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반대하자 전격 철회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도 다시 만지작대고 있다. 이 후보는 3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질문을 받고 "방역 행정으로 모든 국민이 어려워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을 통해 모두의 손실과 어려움에 대해 지원·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국민 위로와 보상 명목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더 걷힌 세금을 활용하면 된다며 올 1월에 1인당 20만원씩 지급하자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정부마저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가 20일 만에 제안을 전격 철회한 바 있다.

    유례없는 꽃샘 추경은 성사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반대 입장이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차적으로는 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1분기에 최대한 집중 집행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면서 "앞으로 방역 상황이나 소상공인 피해 상황, 추가 지원 필요성, 기정예산(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에서 (조기)동원할 수 있는 규모 등 재원 여건을 저희(정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추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추경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3일 신년사에서 "고강도 방역조치가 연장되고 일상회복이 늦춰지면서 민생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특히 연말·연초 대목을 잃고 설 대목까지 염려할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특별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최대한 두텁고 신속하게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추경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두터운 지원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 ▲ 치솟는 소비자물가.ⓒ연합뉴스
    ▲ 치솟는 소비자물가.ⓒ연합뉴스
    문제는 추경에 전국민 재난지원금까지 얹어질 경우 시중 유동성 증가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십조원의 나랏돈이 단기간에 풀리면서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의 '2021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2020년=100)으로 전년보다 2.5% 상승했다.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뒤 11월 3.8%, 12월 3.7%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번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성과분석에서도 알 수 있듯) 지원금의 성과가 효과적이지 않다"면서 "추경은 이미 정한 예산이 부족할 때 편성하는 것이다. 연초에 편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플레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어 재정건전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치적 일정(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태도다. 홍 부총리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시무식에서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민생과 직결되는 생활 물가와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당면한 긴급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공공요금을 올리며 인상 시기를 다음 정부가 들어서는 5월 이후로 잡아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7일 올해 5월부터 가정용 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5월에 2460원을 우선 올리고 7월에 1340원, 10월에 다시 800원을 인상한다. 정부는 특정 분기에 물가가 집중 상승하는 것을 막고 국민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공교롭게도 인상 시기가 다음 정부가 들어선 이후여서 논란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