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점검회의…홍남기, 새해 첫 주재회의 의미 부여洪 "연초 시장안정 중요한 전환기…절박한 각오로 총력"文대통령 신년사부터 BH·국토부 등 연일 시장안정화 역설전문가 "대출규제 탓, 단기처방 그쳐…서민 집장만 어려워져"
  • ▲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시스
    ▲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시스
    정부가 연일 집값 안정화를 강조하며 자화자찬 모드다.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는 '가스라이팅' 의도가 깔렸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집값을 잡는 것은 단기처방에 그칠 거라는 견해다. 특히 대출규제와 무관한 고가주택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서민은 내집 장만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돼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5일 제3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올 연초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전환기적 시점으로, 제가 첫 주재하는 회의를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로 시작한다"며 "그만큼 절박하고 비상한 각오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역량을 총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주택매매시장과 관련해 "서울과 수도권, 전국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확산하고 가격이 내린 지방자치단체도 지난해 11월 첫째주 6개에서 지난달 넷째주 30개로 확대됐다"며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 '100 이하'(매수 우위) 진입시점이 서울(93.5)은 11월 셋째주, 수도권(94.5)은 같은 달 마지막주, 전국(96.1)은 지난달 첫째주로 나타났다.

    홍 부총리는 "서울은 은평(-0.02%), 강북(-0.02%), 도봉(-0.01%) 3개구 가격이 내린 데 이어 전체 자치구의 76%가 하락 경계점 이내로 진입했다"며 "최근까지 가격 상승을 선도했던 5년 이하 신축주택도 지난달 넷째주 하락 전환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수도권은 지난달 둘째주 첫 하락 사례가 관찰된 후 2주 만에 총 10개 시·군·구로 확대했고, 지난달 말 기준 낙폭도 10월 첫주 대비 0.30%포인트(p)에 이르러 5월 이후 사실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지방도 지난달 말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의 경우 지난달 넷째주 매매가격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마이너스(-)0.63%p 급락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과도하게 오른 집값 상승분이 일정부분 조정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며 "최근의 하향 안정세가 추세적 흐름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 정부는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연일 부동산 안정화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마지막까지 주거 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4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집값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확신하는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간 것 같다'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 질의에 "공급을 늘리려는 정부 노력과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강화가 작용하면서 매물은 느는데 거래량은 줄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적으로 가는 징후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기 내내 부동산정책에 실패했던 문재인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강조하며 연일 자화자찬 모드를 이어가는 것은 대선이 불과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4일 국토위 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공급을 많이 확대해야 하는 게 기본인데 여전히 정부는 공급 확대 부분에서 소홀하다"면서 "올해 서울·경기 입주 물량이 줄었는데 이는 하방 압력이냐, 상승 압력이냐"고 따져 물었다. 노 장관이 "지난해보다 서울 지역 아파트가 조금은 줄어들지만, 적은 물량은 아니다"며 "아파트와 일반주택을 합친 전체 규모는 작년보다 는다"고 답하자 송 의원은 양질의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계획과 달리 미미한 수준임을 지적하고 "정부는 부동산 관련해서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말은 열심히 하는데 실적은 제로"라고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규제로) 돈줄을 틀어쥐는 방식으로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려 안정화했어야지 (대출규제 방식은) 단기 대책으로는 몰라도 중장기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만약 정권이 바뀌면 (시장이) 어찌 될 지 모른다"면서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올라 10억원 가던 게 20억원이 됐다. 진작에 안정시켰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서민만 집 장만하기 버거운 단계가 됐다"면서 "대출을 안 받아도 되는 고가주택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양극화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의 경우 주택시장을 △6억원 이하 중·저가 △6억~15억원 △15억원 초과 주택으로 나눌 수 있는데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 없이 산 집들로 금리가 올라도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이들 고가주택은 입지가 좋아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거래절벽 상황에서도 강남권에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것이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는 단기에 공급을 늘리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아 수요는 여전한 데 공급은 달리는 현상이 여전할 거라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비수기에 금리 인상,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그런 것이지 정부 정책을 잘해서 시장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올해도 분양·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데 다만, 대출규제 때문에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3월 대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올해 부동산시장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분간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가) 제기하는 집값 조정론은 막연한 희망"이라며 "여전히 주택 공급이 어려워 올해도 매매·임대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