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카카오 등 알짜 자회사 잇단 상장에 주가 급락모자회사 이중상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개미 성토 쏟아져전문가들도 비판 한목소리…정치권도 제도 개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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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도 질서와 체계가 있는건데 LG에너지솔루션을 보면 생태계 교란종이 생각난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했는데 분통이 터진다. 물적분할을 악용한 회사 하나가 코스피 시장을 다 망쳐놨다(LG화학 주주 A씨).""분할 상장으로 개미주주들 물먹이고, 대주주는 엄청난 돈을 번다. 모기업 가치를 깎아먹고 계속해서 분할상장을 하는 도둑 같은 회사는 없어져야 한다(카카오 주주 B씨)."LG화학,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핵심사업 또는 성장성 있는 사업을 분리해 쪼개기 상장하면서 이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확대되자 정치권과 당국도 문제 의식을 갖고 적극 나서면서 제도 개선 가능성도 커지는 모습이다.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LG화학은 5.75% 급락했다. 지난해 2월 종가 기준 102만원대에 이르렀던 LG화학의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 27일 60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 거의 반토막 났다. LG화학이 급락한 이날 공교롭게도 LG에너지솔루션은 8.73% 급등했다.
한때 황제주로 거론되던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배터리사업 부문이 분사해 지난 2020년 물적분할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탓이다. 당시 소액주주들의 주된 반발 원인이었던 LG화학의 가치 하락은 현실화되면서 이후 줄곧 추세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카카오도 물적분할 논란 한가운데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수혜주로서 카카오는 주가가 지난해 6월 최고 17만3000원까지 급등했지만 지난 7일 기준 8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2020년부터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핵심 사업들을 잇따라 물적분할 후 상장시킨 영향이다.
◆물적분할 후 이중상장…"주주권 침해" 코리아디스카운트 막아야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사업부 일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새로 만들고, 신설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는 기업 분할 형태를 의미한다. 모회사는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자회사는 경영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 유치가 용이하단 장점이 있다.
문제는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핵심 사업이 빠진 기존 모회사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자회사 실적이 모회사의 연결 기준 실적에 반영되면서 모회사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물적분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해외에선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은 상당히 드물다. 제도 자체가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지주사나 지배구조 상단의 모회사만 상장사로 두고 나머지 자회사는 비상장사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의 일례로 지주사인 알파벳은 상장사로 존재하고, 자회사 구글·유튜브·딥마인드 등 수많은 비상장 자회사를 두고 있다. 자회사 주식으로 인한 모회사 주주들의 디스카운트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모자사가 동시 상장할 경우에도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주면서 주주가치 훼손을 피해간다. 지난해 2월 상용차 부문 분할 계획을 밝힌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는 지난달 10일 신규 법인 다임러트럭을 독일 증시에 상장하면서 다임러 주주들에게 다임러트럭 신주 중 65%를 지분율에 따라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이 개인투자자 주주권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이 주주 가치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문제는 모회사·자회사 이중 상장"이라며 "모회사 주주 권리가 외면 받는 만큼 주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기존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등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 목소리가 실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공모주 우선배정, 물적분할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비롯해 주주평등의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국, 정치권도 합세…제도 개선 움직임
대선 정국을 맞아 개미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 물적분할 제도를 개선해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제도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물적분할 시 모회사 소액주주가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밝히는 등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로 모회사의 대주주는 지배력과 이익이 높아지겠지만 소액주주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대한 합리적인 보호를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산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며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따른 소액주주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물적분할 심사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최근 2~3년간 한국에서 물적분할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며 "결과를 보면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고, 대주주에게 유리한 형국이다. 늦었지만 대선 후보와 당국이 제도 개선에 뜻을 모은 점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더 이상의 개인투자자 피해가 없도록 시급히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법 개정까진 절차상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메시지를 기업들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