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2.21%p… 2019년 8월 이후 최대은행권 역대급 실적 손질 예고홍남기 "소비자 금융애로 상생협력 기대한다"
  • 부쩍 벌어진 대출과 예금 금리차이에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 속에 예대금리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은행의 지난해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권 12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1%p로 전달보다 0.02%p 상승했다. 지난 2019년 8월 이후 2년4개월만에 가장 큰 격차다. 지난해 8월과 11월 연이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급등한 반면, 예금금리 인상폭은 그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금융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쌓아 올렸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조5429억원으로 전년 10조8143억원보다 34.5% 증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4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올린 이자수익은 34조7060억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14.5% 늘어난 금액이다.

    은행권 호실적은 코로나 팬데믹과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전체 대출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연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1108조7110억원으로 전년대비 8.2% 증가했다. 여기에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카드 매출이 증가했고, 증시 호조로 증권사 실적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영향이 더해졌다.
  • 금융당국은 조심스럽게 시장 개입을 준비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1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민간 금융권 이익이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소상공인 금융애로를 덜어드리는 선제적 상생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자발적 협력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시장개입에 나서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망라한 예대금리차를 모니터링 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조사에 착수해 이를 토대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6년 금리인상시기에 금감원이 은행권 가산금리 산정기준을 새로 제시한 것과 같은 방식의 개선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부실대출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고 예대율 산정시 가계부채 가중치를 늘리는 방식도 거론된다.

    반면 민간 금융 예대금리를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역대급 실적은 통화당국의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상승 등 정부책임이 작지 않은데 금융권만 쥐어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정책은 일관된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내는게 가장 중요한데 기준금리 인상폭과 시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