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서울 4주·수도권 3주째 하락…매매하향 안정세 뚜렷""전세시장, 매매보다 하락폭 커…유동성관리 등 정책기조 견지"전문가 "공급부족, 올해도 3% 이내 상승"…강남 신고가도 잇달아
-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고 빠르게 확산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상당수 민간전문가는 올해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23일 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올들어 서울 4주, 수도권 3주, 강남4구는 2주 연속 하락하는 등 부동산 매매시장의 하향안정세가 뚜렷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인용해 "매매가 하락 지방자치단체 수가 지난해말 30개에서 이달 둘째주 94개로 확대되고 전날 발표된 2월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 CSI도 97로 1년9개월만에 100을 밑돌며 가격하락 기대가 (일반 국민에) 보편적 인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1~20일 강남4구 실거래 계약을 보면 16개 단지에서 이전 고가 대비 하락 사례가 포착된다"며 "초소형(40㎡ 미만)을 제외한 아파트 평균 하락 금액은 3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홍 부총리는 "전세시장도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2012년 7월 부동산원 집계 이후로 최장인 14주 연속 하락하는 등 매매시장보다 하락폭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의 지표는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지나 추세적 하향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정부는 주택공급대책 집행속도·체감도 제고, 투기근절, 부동산시장 유동성 관리 등 시장안정을 견인했던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해 나가겠다"고 했다.그러나 정부의 집값 안정화 타령과 달리 상당수 민간 전문가는 올해도 3% 이내 집값 상승을 점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20일 발표한 'KB 부동산 보고서'를 보면 올해 주택매매시장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부동산전문가 64%는 올해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 비율이 74%에 달했다. 설문조사는 건설·시행·학계·금융 등 부동산 전문가 161명을 상대로 진행했다.전문가중 33%는 올해 수도권 상승률로 '3% 이내'를 지목했다. 이들은 수도권 집값 상승 전망의 근거로 공급 물량 부족(25%), 대선 이후 정책 변화(16%),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매물 감소(14%) 등을 꼽았다.부동산시장 양극화도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22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8층이 지난달 21일 46억6000만원에 계약됐다. 직전 최고가인 지난해 11월15일 45억원보다 1억6000만원 올랐다. 한강 조망권 등 희소가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같은 아파트 전용 129.92㎡ 대형 36층도 지난달 21일 61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6일 최고가(60억2000만원)를 8000만원 웃도는 신고가다.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면적 196㎡도 지난달 80억원에 팔리며 직전 최고가(64억원)를 경신했다. 앞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려 안정화했어야지 (대출규제 방식은) 단기 대책으로는 몰라도 중장기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서민만 집 장만하기 버거운 단계가 됐다. 대출을 안 받아도 되는 고가주택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양극화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부는 최근 주택분양과 관련해서도 긍정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비수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2만9000가구 분양과 7000가구 규모 사전청약을 진행한다"며 "올해 분양은 평년보다 30%, 작년보다 20% 이상 많은 46만 가구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55만 가구로 전년보다 20%쯤 증가했다"며 "인허가와 분양 확대는 2∼3년 내 입주 물량에 반영되면서 2030년까지 공급 과잉이 우려될 수준의 연간 56만 가구 주택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가 대부업자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규제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행정지도를 내년 3월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20년 1∼8월 저축은행 등의 대부업자 대출 신규 취급액은 1조원이었으나, 행정지도에 나선 지난해 1∼8월에는 3000억원으로 70%나 줄었다"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제2금융권을 경유한 규제 우회 대출 가능성이 아직도 있는 만큼 행정지도를 1년간 연장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