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간 23만대 규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보유러시아 자동차 내수 수요, 약 29% 감소할 것으로 추정러시아 제재 시. 주요 광물 가격인상과 공급차질 우려
  • ▲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 ⓒ현대차
    ▲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 ⓒ현대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국내 자동차·철강업계도 향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자동차 업계는 러시아 수요 감소와 루블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철강 업계도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 ‘강대강’ 대립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자동차·철강 등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북미, 중국, 유럽, 인도, 중남미에 이어 중요한 지역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러시아 시장에서 21만4000대, 23만9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현대차는 연간 23만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갖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의 러시아 공장을 인수하면서 30만대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고강도 제재가 이뤄지게 되면 부품수급이 원활해지지 않아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수요가 감소하고 대(對) 러시아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사 충돌 시 러시아 자동차 내수 수요가 약 2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환율 리스크도 변수로 꼽았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에도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가 가해지면서 달러당 루블화 환율이 급등했다”면서 “이에 따른 환손실은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훼손 요인으로 작용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신흥국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우크라이나 지역에 주재원이 없어 주재원 철수 등 직접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향후 사태 흐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수출이나 원료수급에서 차질이 없는 상황이지만 정세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경우 주요 광물의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고철 조달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러시아에서 58만톤의 고철을 수입했다. 전체 480만톤 중 12%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고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철 수입에 타격을 입는다면 고철 가격의 급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당시에도 니켈 등 주요 광물이 급등한 바 있다”면서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13%, 니켈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에 경제 제재가 단행된다면 비철금속 공급 차질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글로벌 1위와 4위의 철강 순수출국이며, 유럽, 중동, 아시아향 수출이 대부분”이라면서 “제재가 시행된다면 수출랑 감소로 철강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