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통제관 정치 방역 논란에는 선 긋기… 자영업자 피해 심각 확진 26만명 훌쩍 넘어 최다치 찍은 날… 정부는 '방역 완화' 강조전문가들 "정점 이후 급증할 위중증 환자 대책이 없다"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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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피해 가기 어려울 정도로 오미크론 확산세를 억제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에서 정부가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이라는 악수를 뒀다. 이로 인해 급증할 위중증 환자 대책은 행방이 묘연하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정점을 찍기 전까지 방역을 강화해야만 위중증 환자 대응이 가능하다고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거리두기 조정 시에는 방역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전국적으로 밤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는 식당·카페, 유흥시설 등을 비롯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내일부터 바로 시행되며 오는 20일까지 적용된다. 지난달 18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연장에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1시간을 더 늘린 것이다. 영업시간 외 사적모임 최대 6명, 행사·집회 등에 대한 조치는 종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문제는 이날 확진자가 26만명을 훌쩍 넘겼고 위중증 환자도 800명에 육박한 상태이며, 사망자도 역대 최다치를 찍었는데도 정부가 ‘방역 완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거리두기 조정에 따른 영향을 평가해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위중증 및 의료체계 여력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다음 조정부터는 본격적인 거리두기 완화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선 여론을 의식한 ‘정치방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브리핑을 통해 “정말 고심 끝에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지난 11주 동안 거리두기를 시행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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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시간 1시간 연장, 확진자 증가 방조? 

    영업시간 1시간은 국내 방역체계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소폭 조정으로 비치지만 이미 방역당국은 해당 조치를 했을 경우, 약 2배 가량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과 KIST는 공동 연구를 진행해 지난해 12월 31일 오미크론 변이 영향을 반영한 코로나19 발생 예측 모형을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전파율을 델타 대비 4배로 잡고 60대 이상 고령층 3차 접종률을 80%로 가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영업시간 제한이 사적모임 제한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었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만 연장해도 확진자 규모가 9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이 같은 근거로 토대로 방역망을 설계했지만 이날 정부의 발언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이 통제관은 “질병청 조사 결과 (영업시간을) 완화하더라도 완화 요인에 의한 영향은 10% 이내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라며 “10% 정도라면 현 의료 대응체계 내에서는 감내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의 판단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시간이 연장이 나비효과로 번져 얼마나 많은 확진자를 발생시킬지 무척이나 우려스럽다”며 “규모 자체가 늘어나면 정점 이후 2~3주 후 위중증 환자 대응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 정점은 2주 정도 남아있는데 정책적 판단들이 정말 많이 아쉽다”면서 “현재 중증병상 수가 지금은 충분해 보일지 몰라도 중환자 수가 정점에 도달한 순간에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 이후 위중증 환자가 당초 예측대로 최대 2200명~2500명 수준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환자 병상 2500개를 마련했다고 해도 대응은 역부족이다.

    이는 코로나19 외 중증질환자를 위해 비워둔 병상이 포함된 수치이며, 인력 부족으로 즉각 가동할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최재욱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위중증 환자를 담보로 방역도박을 펼치고 있다”며 “섣불리 방역 완화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