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우크라사태 건설비용 1.5~3%↑원유-유연탄價 급등…착공-신규 투자위축 '상한제' 도입에도 작년 서울분양가,16%↑새정부 분양가 규제 합리화…정책변화 기대
  • ▲ 경남 창원시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연합뉴스
    ▲ 경남 창원시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연합뉴스
    건설업계에 전방위적 자재가격 상승 압박으로 건설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단가 상승으로 예정된 착공은 물론, 신규투자까지 위축돼 민간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진다.

    이에 새 정부의 공약중 하나인 '분양가 규제 합리화'에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비사업조합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현실화로 분담금 부담이 낮아질 수 있고 일반주택 수요층에서는 물량 증가에 따른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18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원자재 비용 상승 압력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커지면서 건설공사 착공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랴되고 있다.

    건산연은 보고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 분석'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유가 상승을 촉발해 전반적인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필수 품목인 유연탄 가격도 러시아 공급망 타격에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실제 원유와 유연탄 가격은 일주일만에 20~80% 급등했다. 1, 2월 배럴당 80~90달러 수준이었던 유가는 3월초 한때 120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유연탄 가격도 톤당 120달러 수준에서 25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건산연은 이에 레미콘, 아스콘, 철근 순으로 비용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 예상하고 원자재가격 상승에 건설 생산비용은 1.5~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다.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2.5~5.0%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의 3분의 1 이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원자재 비용이 증가하고 수급이 어려워지면 진행중인 공사뿐아니라 계획된 착공도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며 "이는 주택 분양을 비롯해 민간 공사의 신규 투자가 일시에 위축되는 것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의 단가 산정 체계를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급등한 자재가격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 받기 위해서는 기본형 건축비가 발표되는 특정 시점 이후 분양할 수밖에 없는데 자칫 분양이 특정 시점에 쏠리게 되며 자재수급 문제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월, 9월 발표되는 기본형 건축비 발표 주기를 짧게 하거나 장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도 "자재단가가 계속해서 오르면 현재 수주했거나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에서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로인해 사업차질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건설사는 물론 계약자들에게도 부담이 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서울 아파트. ⓒ강민석 기자
    ▲ 서울 아파트. ⓒ강민석 기자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에만 적용하다가 집값 안정을 위해 2020년 7월 말부터 민간택지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심사하는 분양가보다 5~10%p가량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상한제 시행 이후 오히려 분양가격은 급등했다.

    HUG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294만원으로, 2020년 12월 말 2826만원보다 16.5% 상승했다.

    분양가가 되레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택지비와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공사비에 대한 가산비 등을 더해 분양가가 결정된다.

    때문에 정비사업장 일부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분양가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산정하는 방식을 합리화하고 정비사업장 분양가에는 이주비와 명도소송 비용 등을 명확히 반영하는 방안을 통해서다.

    아예 분양을 새 정부 출범 후로 미루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실제 최근 분양 일정을 연기한 정비사업장이 수도권에서만 열두 곳에 이른다.

    올봄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가 하반기로 일정을 미룬 경기도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명확한 일정을 잡아놓진 않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분양가 규제가 풀리는 걸 보고 일정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지난해 말 HUG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개선된 후 멈췄던 광역시 분양이 재개됐다"며 "조합원들 입장에서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면 기다릴 유인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주택수요층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분양가상한제 완화가 아파트 구매에 있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공급이 늘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주택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 완화가 실현되면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공급량이 늘어나게 된다"며 "공급이 많아지면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상한제가 없던 분양가 자율화 시절에도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진 않았다"며 "시세보다 비싸면 분양이 안 되기 때문에 어쨌든 분양가는 시세보다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