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개월 간 투자 금액 7000억원 육박, 작년 한 해 앞서바이오·헬스케어 유력… “롯데제약 철수 후 기반 약해”빅딜 여력 충분… 현금성 자산만 1조3944억원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지난해 중고나라 투자를 시작으로 외형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 설립 이후로 공격적인 M&A보다는 주로 계열사 투자와 분할, 합병 등을 하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1년간 추진한 100억원 이상의 인수·합병 및 지분투자 건수는 13건에 달한다. 금액으로 치면 1조원이 넘는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3월 롯데쇼핑이 중고나라에 3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7월 롯데정보통신 칼리버스 인수 120억원 ▲8월 롯데렌탈 포티투닷 투자 250억원 ▲9월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 한샘공동인수 3095억원 ▲11월 롯데지주 와디즈 투자 800억원 ▲11월 롯데홈쇼핑 초록뱀비디어 투자 250억원 등 총 4815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들어 롯데의 투자시계는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3월까지 3개월간 투자한 금액이 벌써 작년 한 해 투자 금액을 넘어섰다. ▲1월 호텔롯데 킴튼 호텔 모나코 공동 인수 3600만 달러(한화 약 441억원) ▲1월 롯데지주 한국미니스톱 인수 3134억원 ▲1월 롯데정보통신 중앙제어 인수 690억원 ▲1월 롯데케미칼 스탠다드에너지 투자 650억원 ▲3월 롯데렌탈 쏘카 투자 1832억원 ▲3월 롯데제과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 투자 100억원 등 총 6847억원을 지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면세·호텔 등 사업의 회복 시점 또한 불투명해지면서 경쟁력 확보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실적 부진 극복을 위한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올해 롯데가 M&A 시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2010년 중반까지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조 단위 빅딜에 적극 나서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롯데렌탈은 2015년 KT렌탈을 인수한 것이고, 롯데글로벌로지스 또한 2016년 현대글로벌로지스를 인수한 것이다. 또한 현재 롯데그룹에서 유통과 함께 양대축으로 불리는 화학 부문 역시 2016년 삼성그룹의 화학부문인 삼성SDI 화학사업부분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49%)을 인수해 거둔 결과다. 

    하지만 2017년 롯데지주 설립 후에는 주로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해왔다. 최근 투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앞서 거론한 KT렌탈과 현대글로벌로지스는 각각 1조200억원, 6685억원에 인수했으며 삼성그룹 화학부문 또한 약 3조원에 인수했다.  

    신 회장의 경영 의지는 최근 롯데그룹의 지분투자 M&A 추진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그는 올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도 “역량 있는 회사,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핵심”이라며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분야는 바이오와 헬스케어다. 두 사업은 신동빈 회장 직속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혁신실에서 주도해 키우고 있다. 아울러 롯데지주는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롯데의 신성장동력이고 공식화하기도 했다. 롯데지주는 해당분야에 700억원을 투자한 롯데헬스케어 법인 출범을 다음 달 앞두고 있다.  롯데는 헬스케어 사업을 향후 메디컬 영역까지 확장해 글로벌시장 진출을 구상 중이며, 바이오 사업도 외부 역량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A 큰손으로 복귀하기 위한 롯데그룹의 실탄은 넉넉하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지주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4조7724억원이며,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만 1조3944억원에 달해 빅딜 추진 여력이 충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한 롯데의 M&A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바이오사업의 경우 2011년 롯데제약 철수 이후 사업 기반이 약해 M&A 타진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