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해소… RCPS 보통주 전환김슬아 대표 보통주 지분 31.2%→5.75%로 하락재무개선 성공 했지만 향후 취약한 경영권은 과제
  •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매출이 1조561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계에서 폭발적인 성장성을 보여줬지만 수익성의 회복은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자본잠식 이슈를 해소했지만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은 5%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1일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총 거래액은 65% 신장한 2조원, 매출은 63.8% 늘어난 1조56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만 본다면 파격적인 성장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4% 성장한 것과 비교해도 돋보이는 규모다. 

    특히 2020년 완전자본잠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해소된 상태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며 대규모 자본 확충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상장요건을 갖추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자본총계는 1045억원 규모로 결손금 1조8425억원을 감안해도 RCPS를 통해 유입된 자본잉여금이 이를 모두 상회하면서 안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부채비율도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부채비율은 85.0%로 전년 말 190.6%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역시 금융부채로 인식되던 RCPS가 보통주로 편입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RCPS는 보통주 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는 우선주의 성격과 함께 필요시 투자금을 상환 받을 수 있는 상환권,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전환권을 보유한 증서다. 자산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RCPS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컬리가 그 경우다. 투자자들은 상장 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금 상환 대신 보통주 전환을 선택, 결과적으로 컬리의 투자자 지분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김슬아 컬리 대표의 보통주 지분은 5.75%로 전년의 보통주 기준 31.2%(우선주 포함 6.67%)보다 대폭 하락했다. RCPS를 비롯한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주식 총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의결권이 5.75%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만큼 지배력이 약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SCC Growth V Holdco H, Ltd, DST Global VII, L.P, Euler fund, HH SUM-XI Holdings Limited, Aspex Master Fund 등 외국계 펀드 개별 지분은 모두 김 대표를 상회한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투자자들과 공동 의결권 행사에 대한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차등의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적은 지분으로 지배구조를 지킬 수 있었지만 컬리는 국내 상장을 추진하면서 경영권 리스크를 짊어지게 됐다”며 “상장 이후에 보호예수기간을 설정하더라도 투자자들의 대규모 엑시트를 피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문제는 수익성의 개선이다.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87.3% 늘었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공헌이익이 흑자인 만큼 향후 투자가 마무리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공헌이익은 매출에서 변동비용만을 제외한 수치로 여기에서 고정비를 빼야해야 영업이익이 된다. 즉, 흑자를 위해서는 고정비 이상의 추가 이익을 달성해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원만한 투자가 이어질지는, 향후 관전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차익 실현이 최우선인 투자자 입장에서 상장 이후에도 이어지는 컬리 시설 투자에 협조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단계적 일상회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매출이 지금처럼 성장세를 유지할지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