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CPTPP 文정부 신청·尹정부 협상"…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농어민단체 "정부가 대책·의견수렴 없이 일방 추진… 1차산업 위기"통상전문가 "광우병사태 반면교사로 절충안 마련… 밀실합의 안돼"
  • ▲ CPTPP 범위.ⓒ연합뉴스
    ▲ CPTPP 범위.ⓒ연합뉴스
    정부는 8일 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관련해 '현 정부 신청과 차기 정부의 협상' 원칙을 밝혔다. 농어민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입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아직 확정된게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 등 난제를 차기정부가 떠안아야 할 처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CPTPP 가입은 이번 정부내 신청, 다음 정부에서 협상이 큰틀"이라며 "추가적인 피해지원 방안과 앞으로 액션플랜 등을 최종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방형 통상국가인 우리 경제 구조상 대외경제안보 이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정부 교체기 대응에 한치의 틈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CPTPP 가입국인 브루나이가 한국의 회원가입에 지지 의사를 밝히고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거대 경제협의체로 전세계 무역규모의 14.9%를 차지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CPTPP 가입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서 CPTPP에 가입하면 교역 확대와 생산·투자·고용 증가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3~0.35% 증가할 거라고 봤다. 영국, 중국, 대만 등은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이달중 가입신청서를 내기 위해 의견수렴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 ▲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농어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를 위한 농어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농수산업계는 CPTPP 가입에 강하게 반발한다. 전국 농어민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제대로된 의견수렴 없이 CPTPP 가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불통 행정을 규탄했다.

    비대위는 CPTPP 가입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1차산업에 대한 피해분석이나 대책 마련없이 정부가 CPTPP 가입 신청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CPTPP는 높은 수준의 개방과 새로운 통상규범 도입으로 참여국 간 무역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것을 요구하고 있어 값싼 해외 농수산물이 대거 유입되면 1차 산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CPTPP 가입으로 농업분야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수산업도 베트남, 일본 등으로부터 어류와 갑각류 수입이 늘면서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CPTPP에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중인 일본은 우리나라에 후쿠시마(福島) 일대 식품 수입 허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CPTPP는 11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을 결정한다. 대만정부는 지난 2월8일 후쿠시마 일대 5개현의 식품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역의 수입식품 전량 통관검사와 필요 시 방사선 검사 결과 요구 등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입금지 조처를 내린지 10년 만에 사실상 빗장을 푼 셈이다. 대만정부가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후쿠시마산 식품수입을 허용하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CPTPP 가입이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성호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대책을 마련치 않고 CPTPP 가입을 계속 강행한다면 농수산계는 목숨을 걸고 정부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강력한 대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반대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CPTPP 가입 신청 관련 공청회에서 농수산업계 우려와 관련해 피해보전 직불금 지원 연장과 폐업 지원 재도입, 지원조건 개선 등 피해보전 대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피해품목의 생산·유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금융·세제 지원 등도 약속했다. 또한 국내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원산지·이력제 등 수입제도 개선, 먹을거리 지원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통상전문가들은 CPTPP 가입 신청은 현 정부에서 해도 해결은 차기 윤석열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CPTPP 가입과 관련해 확정된게 없다는 태도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CPTPP 가입과 관련해선 전혀 확정된바 없다"며 "이해당사자가 있는 부분이기에 충분히 논의한뒤 의견을 형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지난 3일 CPTPP 가입 관련 질문을 받고 "원칙적·원론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해외 많은 국가와 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대부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장을 지냈고 총리 시절 '한미쇠고기협정'에 찬성했던 소위 '개방파'로 알려져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차기 윤석열 정부가 과거 광우병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만장일치제인 CPTPP 가입은)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는 어떤 형태로 풀지, 국민 여론은 어떻게 형성될지가 관건"이라며 "이 사안이 과거 광우병사태 만큼의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유사한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같은) 전면금지는 아니더라도 광우병사태 때 30개월미만 쇠고기 수입은 허용하는 식의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밀실에서 이면합의로 국민의 식품안전은 내팽개친 채 일본의 요구에 끌려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안된다"면서 "(국민 안전에 대한) 분명한 원칙하에 국민에게 절충안을 제시하고 CPTPP 가입이 왜 필요한지를 홍보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무역관계에 있어 (한일 양국 간) 역사 문제와는 분명히 구별해 접근해야 한다. 연계되면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 ▲ 윤석열 당선인,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지명.ⓒ연합뉴스
    ▲ 윤석열 당선인,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한덕수 지명.ⓒ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