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슈퍼예산, 추경 10회 '재정중독'나랏빚 눈덩이'…차기정부 이자만 115兆↑'소주성' 실패…인기영합 진영논리 강행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경제는 엉망, 나라는 빚더미,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을 새 정부가 현 정부에서 물려받을 성적표라며 작심발언했다. 인수위 일각에선 곳간 열쇠를 넘겨받아 열어보니 밑에 싱크홀이 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집권내내 '퍼주기' 논란에도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해온 문재인대통령의 경제정책 성적표를 들춰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註>
  • ▲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재인정부 5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문대통령은 집권내내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했다. 5년간 여한없이 나랏돈을 풀었다.

    문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예산규모는 607조7000억원이다. 본예산 규모가 600조원을 넘는 슈퍼예산으로 짜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정부가 출범한 2017년 본예산 규모는 400조7000억원이었다. 예산지출 규모는 현 정부 출범이후 207조원이나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재정을 흥청망청 써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총지출증가율은 본예산 기준으로 9.5%였다. 정부의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상으로는 평균 5.7%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정부 5년간 직간접적으로 운용한 예산규모는 2369조5000억원에 달한다. 직전 박근혜 정부는 2013년 342조원에서 2016년 386조4000억원으로 13.0% 증가했었다.

    현 정부의 씀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범직후인 2017년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짠것을 시작으로 임기내 총 10회, 매년 추경을 편성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총 153조9000억원 규모다. 앞선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개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한 규모(90조1000억원)보다 많다. 가뜩이나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슈퍼 본예산을 편성해왔던 터라 '재정중독', '춘하추동 추경'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다고 포장한뒤 실상은 선심성 돈풀기에 나서는 등 2020년 4·15 총선,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올해 3·9대선용 '꽃샘 추경'까지 선거를 앞두고 매번 편성해 논란을 자초했다.
  • ▲ 국가채무.ⓒ연합뉴스
    ▲ 국가채무.ⓒ연합뉴스
    곳간 대방출의 여파는 고스란히 차기정부가 떠안게 됐다.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 국가채무는 1075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게 됐다. 국가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초마다 302만원씩 나랏빚이 증가한다. 국민 1인당 빚은 2083만원쯤으로 2000만원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0.1%가 될 전망이다. 사상 최고치다. 과거 새천년민주연합대표였던 문대통령은 2015년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국가채무비율 40%가 깨졌다"며 "박근혜정부 3년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나 국민과 다음정부에 나랏빚을 떠넘기게 됐다"고 성토한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4월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채비율이 2026년 69.7%까지 오를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2019년말)을 기준으로 부채비율 상승폭이 선진국중 3번째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적자국채 발행은 차기정부와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짐이다. 문재인정부에서의 급격한 나랏빚 증가로 차기정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지출 비용만 5년간 115조원을 웃돌 거로 추산된다. 조세전문가인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찌감치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더 위험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경제활력이 살아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지난 11일 제5차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직전 박근혜정부보다 1%포인트(p)나 낮았다"며 "1인당 국민총소득(GNI) 증가율도 연평균 1%p로 지난 정부 4분의1 수준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7년(3.2%)부터 지난해(4.0%)까지 문대통령 임기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산술평균으로 2.3%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3.2%)부터 2016년(2.9%)까지 연평균 3.0% 성장했다. 안위원장의 작심발언이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란 얘기다. 

    일각에선 현 정부에서 코로나19로 2020년 역성장(-0.9%)한게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해 11년만에 4%대 성장을 기록했고 2017년 3.2%, 2018년 2.9%, 2019년 2.2%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성장률이 가파른 내림세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 ▲ 올해 최저임금이 표시된 서울 반포대교 인근 도로 전광판.ⓒ연합뉴스
    ▲ 올해 최저임금이 표시된 서울 반포대교 인근 도로 전광판.ⓒ연합뉴스
    정부정책도 포퓰리즘으로 점철됐다. 문정부 경제의  한축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대표적이다. 친(親)노동성향의 문재인정부는 경영계 읍소에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밀어붙였다. 최저임금은 현 정부 출범후 2년간 30%나 수직 상승했다. 인건비 상승에 소상공인은 아우성쳤고 근로시간과 일자리를 줄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저임금·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념과 인기에 영합해 설익은 정책을 폈던 정부는 부랴부랴 혈세로 일자리안정자금을 뿌리는 촌극을 연출했다.

    소주성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젠 현 정부의 '금기어'가 됐다. 소주성 이후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질소득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통계상으론 가계소득이 증가하며 분배지표가 다소 개선됐으나 정부가 나눠준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주를 이뤘다.

    주 52시간제도 마찬가지다. 정책방향은 맞더라도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정부·여당은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워 국민을 현혹했으나 실상은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들을 투잡(겹벌이)으로 내몰았다.

    최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현 경제상황은 과거 영국이 영국병을 앓았던 때와 같다. 우리도 한국병에 걸렸다"면서 "(차기정부에선) 친시장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 활력을 되찾고 저비용·고효율의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