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 공급물량 역대급"…시장 반응은 '냉담''수요 억제' 기조 정비사업 침체…매매가격 급등'임대차3법'에도 전월세 불안 여전…실효성 의견 분분
  •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경제는 엉망, 나라는 빚더미,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을 새 정부가 현 정부에서 물려받을 성적표라며 작심발언했다. 인수위 일각에선 곳간 열쇠를 넘겨받아 열어보니 밑에 싱크홀이 있다는 표현도 나온다. 집권내내 '퍼주기' 논란에도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유지해온 문재인대통령의 경제정책 성적표를 들춰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註>



    인수위가 차기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을 수립하면서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기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 현정부내내 이어져 온 부동산시장 불안이 해소될수 있다는 기대감 탓이다.

    정부 "공급물량 역대급"…시장 반응은 '냉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4년간 주택 공급물량은 준공 기준 연평균 54만6000가구 수준이다. 이는 직전 정부인 박근혜정부(45만가구)와 비교해 21% 가량 많은 수치다. 이명박 정부(35만7000가구), 노무현 정부(36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각각 52.9%, 50.4% 많다.

    앞서 문 대통령 역시 지난해 11월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리 정부기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과 인·허가 물량이 많다"며 "앞으로는 공급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에 대한 정부의 희망 섞인 전망에도 시장에서는 실질적 공급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제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같은 공급물량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방에 비해 수요가 월등히 많은 서울의 경우 지난해 공급물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3275가구로 공급이 가장 적었던 2010년(6334가구)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3기 신도시 등 공급물량은 실제 입주가 이뤄지기까지 최소 4년 이상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밝힌 공급물량 대부분이 허울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의 공언대로 공급물량이 많았다면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양적인 숫자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결국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질적 공급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 서울 노원구 하계동 청솔아파트에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찬모 기자
    ▲ 서울 노원구 하계동 청솔아파트에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찬모 기자
    '수요 억제' 기조 정비사업 침체…매매價 급등

    문재인정부는 출범직후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는 인식 하에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주택공급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투기세력을 막아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는 구상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가 대표적인 수요억제정책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경우 투기세력이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되고 결국 집값상승 등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규제 강화에 집중해왔다. 

    재건축사업 첫 단계인 안전진단과 관련해선 2018년 평가항목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높이고 주거환경 비중은 40%에서 15% 낮췄다. 구조적으로 안전함에도 재건축이 추진되는 사회적 낭비를 막겠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조치 이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아파트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여의도 목화, 서초구 방배삼호, 도봉구 삼환도봉 등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진단 규제강화전 3년간(2015년 3월~2018년 3월) 서울아파트 56곳이 통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적은 수준이다.

    재건축사업을 통해 얻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대표 정비사업 규제로 거론된다. 2006년 도입 이후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 부활한 이 제도는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10~50%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도권의 경우 가구당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면서 정비사업 진행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규제로 주택공급이 현저히 줄면서 집값도 폭등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2월 6억5990만원이던 서울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018년 12월 7억1774만원 ▲2019년 12월 8억2722만원 ▲2020년 12월 8억9310만원 ▲2021년 12월 11억5146만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 ▲ ⓒ부동산R114
    ▲ ⓒ부동산R114
    '임대차3법'에도 전월세 불안…세입자만 전전긍긍

    주택공급물량 부족 및 집값 상승 여파로 전월세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2020년 7월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 거래절벽, 전세가격 급등,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등이 이어지는 탓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년 5월~2022년 3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40.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47.9% 올랐다. 특히 임대차3법 시행 전 3년 2개월 동안 전국 전세가격은 10.4% 상승했지만, 시행 이후 1년7개월 동안에는 27.3% 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은 월세거래 증가로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2020년 상반기까지 20%대를 유지했지만 임대차3법이 시행된 2020년 7월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12월에는 약 42%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가격 역시 수요 증가에 따라 2020년 7월 111만원에서 지난 2월 125만원으로 12.6% 올랐다. 임대차3법 시행 직전 1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이 2% 가량 오른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다만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임대차3법 시행이후 계약갱신률이 70%까지 오르고 갱신계약의 77%이상이 임대료를 5%이하로 인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부 세입자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 상황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전월세시장 불안 등 임대차3법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임대차3법이 실질적 효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만큼 눈앞에 보이는 부작용만 강조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당장 법을 큰틀에서 개정하거나 폐지할 경우 전월세시장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