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 지위 남용, 타 사업자 부당 차별 법정 다툼 지속공정위, 인수위 기조 따라 플랫폼 자율규제 선회 예고오픈마켓 시정 명령, 내부거래 조사 검토 등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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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에 무게를 두며 네이버는 규제 리스크에서 탈피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눈치를 보며 칼끝이 무뎌지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공정위는 ‘잔혹사’ 수준의 법정 다툼을 지속해왔다. 네이버의 시장지배 지위 남용, 자사우대, 타 사업자 부당 차별 등이 공정위 제재 물망에 올랐다.

    네이버와 공정위의 법정 공방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는 당시 동영상 콘텐츠 업체 판도라TV와 계약하면서 동영상에 네이버와 협의 없이 개별 광고를 넣지 못하게 했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 2700만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네이버가 승소했다. 대법원은 네이버가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이지만 동영상 중개시장에서는 아니라며 공정위의 시장 획정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2020년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 3200만원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매물정보 제공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3자에게 3개월간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을 문제 삼았다.

    네이버는 부동산 서비스 확인매물정보가 허위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수십억원 비용을 들여 개발한 서비스라며 반박했다. 네이버가 구축한 확인매물정보 시스템에 카카오가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무임승차 했다며 비판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에 대해 공정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행정무효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20년 10월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을 문제삼으며 시정명령과 함께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쇼핑·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결과 상단에 의도적으로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즉각 반박하는 한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네이버는 2019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거래액 비중에 15%에 지나지 않아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건은 지난해 11월 3일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공정위는 새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에 따라 규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새정부를 의식해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자율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인수위는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자율규제 원칙에 따라 온플법 재검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와 제재에도 공정위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 규제완화 기조를 의식해 처리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조사를 이르면 올해 1분기 내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공정위는 제재조치를 위한 심사보고서를 아직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를 위한 불씨를 살려두고 있다. 1월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는데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침으로 공정위의 법 집행 기준으로 쓰인다.

    또한 공정위는 온플법 없이도 플랫폼 규제를 지속하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플랫폼 사업자의 전자상거래법(이하 전상법) 위반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소비자들에게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알리거나 열람할 방법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조사에 나섰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무형자산 내부거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본사가 계열사로부터 부당한 매출을 올렸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쇼핑 검색과 호출 서비스 등 알고리즘 불균형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내부거래 정당성에 초점을 맞춰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새정부의 자율규제와 온플법 재검토 논의로 플랫폼 규제가 무뎌질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플랫폼 규제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서 힘이 빠질거라고 보는 분위기”라며 “그래도 현재 공정거래법과 시행령 등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금지 내용이 포함돼 플랫폼이 쉽게 독점력을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