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생활밀착형 우선 시행과제로 조사새 정부서도 보험업법 개정 추진될 듯 의료계 “의료정보 전산화-보험사 영리추구 우려” 환자단체 “암 등 고액진료 거절… 차라리 공보험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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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새 정부 핵심 추진과제로 설정된 가운데 의료계와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은 국민 편익이 강조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의료정보를 기반으로 민간보험사 입맛에 맞는 가입조건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손해율을 강조하며 보험료를 인상하고 비급여 영역에도 개입한 보험업계가 굳이 숨겨진 보험료까지 찾아주는 형태의 제도를 옹호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결국 소액 진료에 대한 지급건수는 늘어나겠지만 중증, 고가약 보장은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다.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TF(디지털TF)는 새 정부에서 추진할 주요 정책으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최상단에 올려 논의 중이다.실손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가입자가 직접 필요서류(영수증·진료비 세부내역서 등)를 구비한 뒤 팩스·이메일·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청구해야 한다.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인식된다.디지털TF가 이달 11~14일 ‘국민생각함’을 통해 생활밀착형 과제의 우선 시행순위를 물은 결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1위로 꼽혔다.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보험사 간 데이터를 연계하고 개방해 별도 서류 준비 없이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새 정부에서도 관련 보험업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의료계가 결사반대하는 정책인 반면 보험업계의 숙원과제로 분류된다.보험업계는 청구절차 간소화를 통해 보험가입자의 소액 보험금 청구 등에 있어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가입자의 숨겨진 보험금을 쉽게 되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실손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 반대의 이유는 건강보험으로 묶이지 않은 비급여 금액을 비싸게 책정할 수 있는 현 구조를 유지하려 반대하는 것”이라며 “비급여 데이터가 심평원에 쌓이면 결국 가격이 표준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액 보험금’ 거절 가속화… 개인의료정보 확보 부작용이를 두고 의료계는 본질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올라가 비급여 문제까지 개입하면서 왜 당장 손해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청구간소화를 요청하고 있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약 5단체는 “가입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깔고 있지만, 여러 위험성과 폐해가 심각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필수 의협회장은 “개인 의료정보의 전산화와 실손보험사의 영리추구 행위가 맞물리게 되면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해 부당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정보의 데이터화로 해킹이나 비윤리적인 개인에 의해 언제든지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특히 보험사가 빅데이터화된 환자 정보를 이용해 보험약관 개정 시 지급 거부 사유를 만들기 용이해진다는 것이다.바로 이 지점에서 환자단체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손해를 절대 보지 않으려는 민간보험회사가 상품설계 실패로 손해율이 올라가자 마치 공보험인냥 다각적 개입을 하고 있는데, 지급건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정책을 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실손보험업계가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환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진료 정보를 모두 얻게 된 보험사들은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보험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가뜩이나 보험사가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책인 본인부담상한제까지 보험급 지급에서 배제해 마찰이 일고 재판까지 가는 상황인데, 보험금 지급이 수월한 방식을 원하는 것은 제도 시행을 통해 오히려 손해율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는 분석이다.가장 큰 문제는 경증이나 소액에 대한 지급은 늘겠지만 암 등 중증질환자의 고가약 보장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해당 정책이 시작되면 단순히 지급률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일텐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다.예를 들어 보험사가 1만원짜리 소액 청구 1만건을 지급하면 1억원이 지출된다. 이때 암환자가 청구한 1억원짜리 보험 지급 1건만 거절하면 액수는 동일해진다. 반면 지급률을 높아지는 긍정적 지표를 내놓을 수 있다.김 대표는 “지금도 암환자들은 고액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어 환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며 “암 환자 입원비 10건만 거절해도, 소액 보험 청구 수만 건 지급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메울 수 있게 된다”며 해당 제도의 맹점을 역설했다.그는 “실손보험은 일종의 공공재라는 인식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보험회사의 이득만을 위해서 설계될 경우 가입자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어설픈 제도 개선이 아니라 차라리 실손보험을 공보험 안 특수법인으로 편입시켜 보장성 강화를 본질적 논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