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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수개월째 이어지던 은행 가계대출 감소세가 멈추고 4개월만에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데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규제가 일부 완화되고, 오는 8월부터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없는 사례가 늘면 대출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21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모두 703조 44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말과 비교해 2547억원 늘었는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같은기간 506조6174억원에서 507조1182억원으로 4008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도 2086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1월(-1조 3634억원)부터 2월(-1조 7522억원)과 3월(-2조 7436억원)에 걸쳐 3개월 연속 뒷걸음쳤는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는 가계대출이 다시 꿈틀거리는 이유로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따른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를 꼽고 있다.
실제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모두 1058건(계약일 기준)으로, 작년 3월(3762건)보다는 여전히 적지만 2월(810건)보다는 증가했다.
경기부동산포털 자료에서도 3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5525건)는 2월(3855건)의 1.5배에 이르렀다.
여기에 최근 한두 달 사이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 등으로 대출금리를 많게는 0.5%p 이상 낮춘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5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0.55%p,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최대 0.45%p 하향 조정했다.
은행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가계대출 수요가 더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높여 청년·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첫 주택 구매가 아니더라도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오는 7월말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는다는 점도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어, 2020년 8월 이후 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
일각에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이창용 총재는 최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으로는 금리가 올라가면, 고통스럽지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상승률은 꺾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