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오는 28일부로 팜유 수출 금지 방안韓 인도네시아 팜유 의존도 절반 넘어 "당장 수급 문제 없지만 장기화시 가격 인상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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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發) 밀 가격 상승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결정하면서 식품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팜유와 팜유 원료 물질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팜유 국제가격 상승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격이 추가 강세를 보이면서 내수 우선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목적이다.
팜유는 팜 나무의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로 식용유나 가공식품 제조에 쓰인다.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60%를 담당하는 세계 1위 수출국인 만큼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크다. 실제 인도네시아 수출 중단 조치 발표 후 미국 시카고 거래소의 콩기름 거래 가격이 4.5% 올랐다.
한국의 인도네시아산 팜유 의존도는 높다. 관세청 수출입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한 인도네시아산 팜유의 규모는 지난해 34만1802t(3억7101만 달러)으로 수입량의 56.4%를 차지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팜유 생산량의 약 6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라며 "팜유 수출 중단으로 글로벌 팜유 수급 차질과 가격의 추가 강세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밀과 함께 팜유가 주요 원재료인 라면 업체의 경우 가격 변동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중장기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는 3~4개월 치의 팜유 물량은 비축해둔 상황"이라면서 "현재 재고를 고려하면 당장 팜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곡물가 상승으로 잇따라 오른데다 팜유까지 들썩이자 식용유 제조업체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식용유 가격은 이미 1년 사이 최대 84%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해 놓은 재고로 당장의 팜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산 팜유 등 대체품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물류난, 원재료 수급 불안정 등으로 식품업계는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다소비 가공식품 1분기 가격동향에 따르면 조사 대상 품목 28개의 64.3%인 18개 품목이 3개월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같은 기간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7개 뿐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관리를 위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국내 곡물 자급률을 개선하고 곡물 비축량 확대해 위기 시 해외곡물을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