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봇·의료기기 분야 등 신사업 확대두산重, 사명 변경으로 중공업 이미지 탈피두산, 23개월 만에 채권단 졸업…역대 최단기
  •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
    두산그룹이 중후장대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첨단기술기업으로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두산은 1년 11개월이라는 역대 최단기간으로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고 반도체와 로봇, 의료기기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미래 먹거리를 강화하고 사업의 축을 이동 중이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두산은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의 지분 30.62%를 인수하기 위한 절차를 마무리 짓고 사명을 ‘두산 테스나’로 변경했다.

    테스나는 ‘모바일폰의 두뇌’로 불리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 통신칩(RF) 등 시스템 반도체 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국내 동종 기업 중 최상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웨이퍼 테스트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보이고 있다. 

    두산은 이번 인수를 기점으로 반도체 사업을 기존 에너지 부문과 함께 핵심 포트폴리오로 육성할 계획이다.

    두산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약품, 의료 기기와 자동 판매기 운영업 등을 신규 사업에 추가했다. 지난해 12월 의약품 용기 회사 ‘SiO2머티리얼즈사이언스’에 1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의약품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SiO2는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예방용 mRNA 백신에 쓰이는 보관용기를 제조,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100여개 이상의 양산·임상 제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의약품 용기 회사다. 두산은 SiO2 제품에 대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국내 제조도 추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자동판매기 운영업은 두산이 미래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협동로봇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협동로봇이란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이 어떤 작업을 수행할 때 도움을 주도록 설계된 로봇을 말한다. 두산의 로봇 제조 계열사 두산로보틱스는 모듈러 로봇카페를 포함해 쿠킹로봇, 아이스크림 로봇 등을 선보이면서 푸드테크 시장 개척에 주력해 왔다.

    앞서 지난달 29일 두산중공업은 주총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교체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꾼 지 21년 만이다. 

    새 회사명 두산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어로, 낡은 중공업 이미지를 벗어나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두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두산
    ▲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두산
    ◇ 중공업 이어 다음 신사업 줄줄이

    두산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1896년 창업주 매헌 박승직이 세운 포목점을 시작으로 맥주, 중공업으로 주력사업을 변화해왔다. 

    두산은 지금 박정원 회장을 필두로 또다시 변화 중이다.

    수소·풍력 에너지, 반도체,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는 최근 두산의 변신은 박 회장이 그린 청사진에서 비롯된다.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등 알짜배기 계열사를 비롯해 주요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 신사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끝에 23개월 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냈다. 

    박 회장은 채권단 체제를 벗어난 올해부터 각 신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미래 도약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올해 두산은 ▲신사업군의 본격적인 성장 ▲수소 비즈니스 선도 ▲혁신적 기술과 제품 개발 ▲기존 사업의 경쟁우위를 통한 시장 선도 등을 추진한다. 두산은 2026년까지 수소터빈 분야에 3000억원, 해상풍력 분야에 2000억원을 각각 투자하고 성장사업 수주 비중을 현재 전체 대비 한 자릿수에서 2025년까지 6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박 회장은 “이제 한층 단단해지고 달라진 모습으로 전열을 갖췄다”며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주력사업 교체를 마다하지 않는 두산가(家)의 승부수가 다시 한번 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