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원전 친화 기조…원전사업 활성화 기대감삼성-현대-현대ENG 등 차세대 원전기술 선점 각축"원전에 친환경 접목한 SMR 등 신사업 확대 주력"
  • ▲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 대전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SMR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 대전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SMR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탈원전 폐기 공약 실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건설업계가 원전사업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사업은 국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해외수주 감소에 따른 실적 공백을 만회할 주요 신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존 원전과 친환경을 접목한 원전 해체,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원전사업만을 하는 것이 아닌, 친환경을 접목한 원전과 친환경 '두마리 토끼'를 잡아 성과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GS에너지, 두산에너지빌리티와 함께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손잡고 SMR 기술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뉴스케일파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아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원전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간 발전소 시공 역량을 앞세워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에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술을 습득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SMR 등 신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에 미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았다면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긴밀히 협력한다. 홀텍은 미국 내 인디안포인트 원전, 오이스터크릭 원전, 필그림 원전 등 해체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협력을 통한 기술 확보를 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홀텍과 SMR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말 원전 해체 협력 계약도 맺고 홀텍의 원전 해체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원전 해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도 공동 진출을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원자력연료와도 원전 해체 사업 진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현대건설과 원자력연료는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외 원전 해체 사업 △사용후핵연료 임시 및 중간저장시설 △원자력 연료 건전성 평가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에서 상호 협력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원자력 제작과 설치 자격 인증 획득에 성공하면서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초소형 모듈 원자료(MMR) 사업과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적용한 SMR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등도 좋지만, 원전도 중요하다"며 "향후 건설사들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원전 사업을 활성화하거나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탈원전 정책 폐기 추진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수위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고 차세대 원전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전 전력 비중 확대와 원전 해체, SMR 사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원전은 건설업계에 중요한 먹거리였다. 2012년 전국적인 블랙아웃 이후 정부가 IPP(민자발전)를 장려하면서 업계에서 새 먹거리로 부상했다. 원전 프로젝트는 EPC 방식이라 높은 수익성도 보장된다. 새 정부의 원전 친화 기조로 업계가 원전 사업 관련 수익성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증권사에서도 건설사들이 이 같은 변화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정책 변화 규모가 원전, 신재생, 석탄화력발전 순으로 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탈석탄과 탈원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대부분 신재생발전으로 대체하려던 것과 비교하면 원전의 중요성이 확대된 만큼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원전 관련 업체들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후보 당선으로 원전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며 "SMR 도입도 언급한 바 있어 원전 관련 건설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기업의 원전 시공능력은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해외 발주처들이 일감을 잘 안 주려는 분위기였다"며 "이런 분위기가 바뀌면 아무래도 기업들의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건설사들의 해외 원전 시공 규모는 매출 기준 2016년 1조6141억원에서 2020년에는 절반 수준인 7458억원으로 줄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되는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 연한이 임박한 상황이다. 이들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원전 해체기술, 이로 인한 전력 공백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이라고 평가받는 SMR로 대체하는 기술의 선점을 놓고 건설사들이 다투고 있는 셈이다. 향후 글로벌 시장 규모는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새 정부가 탈원전 폐기 기조라서 원전 관련 사업이 건설업계 새 먹거리로 다시 떠오를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제는 단순한 원전 사업이 아니라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차원의 원전 사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해 신사업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