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료 의무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1년째 안갯속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 여부 및 통상마찰 논란 급부상내달 한미 정상회담 의제 상정 예상 등 올해 통과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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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CP)들이 온라인 시대를 맞아 낮아진 국경장벽을 넘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 망 사용료를 공짜로 사용하면서 국내 기업들과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제·정치적 이슈로 1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유럽 등 글로벌 통신사들도 망 사용료 지급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해당 법제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10일부터 일명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됐다. 법안에는 CP 사업자에게 인터넷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넷플릭스가 국내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면서도 서비스 안정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 고화질 동영상 트래픽(데이터 전송량) 급증으로 인한 '망 품질 유지 부담'을 콘텐츠 사업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골자다. 하지만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이 줄줄이 법안 발의에 나서면서 해당 개정안 6건이 국회에 상정됐다. 전 세계 최초로 글로벌 CP의 망 이용에 대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 상정된 것.

    영국 등 유럽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의 마크 알레라 소비자 부문 CEO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포함한 소수 기업이 무임승차를 빌미로 망 중립성 원칙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도이치텔레콤 등 유럽 주요국을 대표하는 13개 통신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 빅테크가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국내 법안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하지만 여야 이견속에 1년 가까이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슈 등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면서 처리가 더뎌졌다. 우여곡절 끝에 해당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에 올라갔지만, 보류되면서 공청회로 공이 넘어갔다. 이후에도 과방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및 통상 마찰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개정안 통과는 기약 없이 늘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거점을 두고 있어 법안 추진에 제동에 걸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한국의 망 사용료법이 미국 기업의 국내 사업과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역시 망 사용료 법안 통과 시 한국의 국제무역 의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을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가 망 사용료 논의에 대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달 한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에서 해당 이슈가 의제로 채택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