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16일 발표… 규제완화·세제개편 주목법인세 25→22% 환원·상속세 10억 초과도 공제 검토종부세 일시적 2주택자 합산 배제·기본공제 11억원 적용전문가 "법인세 인하 투자유도해야… 감세·지출구조조정 병행"
  • ▲ 세금.ⓒ연합뉴스
    ▲ 세금.ⓒ연합뉴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경제·투자 활성화를 위해 감세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그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진작 했어야만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6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는다. 윤석열 정부의 5년간 경제정책 비전과 중점 추진 전략이 담길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세 정책이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 3일 '2022년 제1차 중장기 조세정책 심의위원회'에서 "새 정부의 조세정책은 민간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운용될 필요가 있다"며 "국제 표준에 맞지 않고 기업의 혁신 활동을 저해하는 과세 제도는 과감히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한 뒤 이어질 세법개정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손질 대상은 법인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6대 경제단체장을 만나 법인세 개편을 약속했다. 13년 만에 이뤄지는 법인세 감세다. 지난 2008년 MB(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올렸던 것을 다시 22%로 환원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한꺼번에 법인세율을 0.5%포인트(p)나 내린 전례가 없고 자칫 대기업 봐주기 역풍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최소 OECD 평균인 22%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정부는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하는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 인하는 저성장시대에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고 국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데 법인세 인하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총요소생산성을 분석해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세수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생산성 증가율이 낮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8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저성장시대의 조세정책 방향-생산성·투자·고용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부담은 투자를 위축시켜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는 생산능력을 조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단이 투자규모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법인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의사결정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 실효세율 상승은 기업의 투자율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면서 "기업의 업력이 길수록, 자산규모가 클수록 투자율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법인세 상승이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법인세 상승은 투자를 감소시키고, 기업은 주주들의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인건비 축소 등의 대체효과를 통해 노동수요를 감소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돌려 말하면 법인세 인하로 세수는 다소 줄 수 있으나 고용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한 국가 경제성장에는 플러스(+)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2002∼2014년 국내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법정 세율에 대한 기업의 실제 부담률)이 1%p 인하될 때 투자율(전체 자산 대비 유형자산 투자 비율)은 0.2%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위기 때 빛을 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1970~2010년 미국 내 45개 주(州)의 법인세 증감 효과를 분석한 2016년 보고서 '자르거나 자르지 않으려면-법인세가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법인세율 인하는 경기침체기에 효과적이었다. 법인세율을 1%p 내리면 고용률은 0.6%, 고용소득은 1% 각각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법인세율 인상은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법인세율을 1%p 올리면 고용률은 0.3~0.5%, 고용소득은 0.3~0.6%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경제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2013년 조세재정연구원의 '기업특성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에 관한 연구'는 법인세 부담이 10% 줄어들면 순투자가 0.7% 증가하고, 그 여파로 고용은 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필요하다"며 "미국이 21%, OECD 평균이 22%로, 우리나라보다 높아 투자자본 유출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배당세도 없고 증권거래세가 낮은 싱가포르는 상장기업 중 외국기업 비중이 40%를 넘지만, 우리나라는 1%도 안된다"며 "법인세 인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추진했다가 일자리 감소 등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제기되면서 지금은 (이야기가) 쏙 들어간 상태"라고 덧붙였다.
  •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세제 개편대상에 상속·증여세가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뿐 아니라) 상속·증여세는 기업 투자와 국민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안으로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0억원을 넘는 재산에 대해서도 상속세 공제가 되도록 법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 자녀 1인당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인 무상증여 상한을 높여 세대 간 증여를 촉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OECD 회원국 절반 이상이 상속세가 없다. 우리나라는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다"면서 "과도한 상속세는 경영권을 위협한다. 대기업들이 상속과정에서 불법은 아니어도 편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고, 그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상속세 체계는 기업이 성공해도 2, 3세대 지나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국가에 기업을 헌납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지키기 어려운 법이다"면서 "없애는 게 맞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독일처럼 몇 년 이상 고용승계를 하면 면제하는 제도라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포함한 만큼 종합부동산세 정비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서 중산·서민층의 보유세 부담을 주택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키로 했다. 재산세는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 부담을 낮춘다. 종부세는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에 현재 10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려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1가구1주택자가 이사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거나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이를 종부세 주택 수 산정 때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부세 기본공제를 6억원이 아닌 11억원으로 올리고 나이·보유 공제도 최대 80%로 적용하는 방안도 들여다본다.
  • ▲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대외 현장 행보로 서울 중구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수석,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대외 현장 행보로 서울 중구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수석,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일각에선 새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나라곳간이 궁핍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출산·고령화에 '문재인 케어' 등으로 고정 복지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윤 대통령 공약사업까지 챙기기엔 재정상황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는 의미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지출이 많이 늘어난 상태여서 걱정되는 부분이 없잖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 (세율을 내려도) 세금은 더 많이 걷힐 수도 있다"면서도 "감세로 정부 재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감세와 함께) 지출구조조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감세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닿아 있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긍정론도 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시장경제·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만큼 과도한 예산을 쓰진 않을 것"이라며 "통상 예산의 적정 증가율은 3%쯤인데 앞선 (문재인)정부에서 10% 가까이 (지나치게) 올렸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도 "감세 방향은 당연하다"면서 "세율을 낮춘다고 꼭 세금이 덜 걷히는 건 아니다. 법인세의 경우 거꾸로 세율을 높이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수익성도 떨어져 (세수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감세 이후 투자가 이뤄지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1000조원쯤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나 국내에 투자한다는 건지, 국외에 투자한다는 건지 불분명하다. 국내 투자여건이 악화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대통령과 정책실무자 간 괴리감이 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시장·민간 중심으로 간다는데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일사불란하게 그 방향대로 가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시장의 자율기능을 믿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지만, 여전히 (새 정부에서도) 중앙집권적 관치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정책의 경우 시장가격기능을 인정하지 않는 분양가상한제 철폐 등이 추진되지 않는 모습"이라면서 "반도체만 해도 최근 (윤 대통령은) 인력양성을 안 하면 (기업이) 죽을 것처럼 말했지만, 그동안 정부가 나서지 않았어도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으로 컸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말과 명분은 시장주의를 외치는데 실제 정책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 괴리감이 커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