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마일 시장 강화 배달업계 긴장1.5km 이내 직선거리 배정, 실 배송거리 더 길어특정 프랜차이즈 오더 일색… 제휴처 다양화 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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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도보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며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적은 주문 수와 그마저도 경쟁에 밀리면 수행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구색맞추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카카오가 ‘카카오 T 픽커’ 앱을 통해 시작한 도보배송은 제품 픽업부터 배달까지 직선거리 1.5km 이내로만 기사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앱에 출근 버튼을 누르고 대기하면 기사 위치에 맞는 주문 알림이 뜨고, 이를 수락해 수행하는 형태다. 모든 배송 오더에 현장 결제가 없어 고객과의 접점을 최소화했으며, 중간에 배송이 취소돼도 배달 수수료는 입금된다.긱 이코노미 특성상 가입과 심사 절차를 최소한으로 줄여 1분만에 기사 등록이 완료되는 점은 편리하다. 이미 결제가 완료된 것만 배달하는 등 고객 접점을 최소화해, 임무 수행에 있어서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치 요령 등 매뉴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의무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도 이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는 상황이다.이는 쿠팡이츠와 배달의 민족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서비스다. 다만 배달업계는 카카오의 라스트마일 시장 진출에 긴장하는 기색이다. 카카오 도보배송은 건당 수수료가 2000원에서 3000원으로 낮게 책정됐을뿐더러, 제휴처가 확대됐을 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주중과 주말 하루씩 이틀 동안 도보만을 이용해 카카오 T 도보배송 기사로 활동한 결과 총 3건의 주문을 수행했다. 주중에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주말에는 제휴 프랜차이즈와 가까운 역 근처에서 12시간 넘게 대기한 결과다. 이틀 동안 대기하면서 주어진 주문 수는 직접 확인한 것만 10건 가까이 됐지만, 거리가 짧거나 수수료가 높은 주문은 버튼을 누를 새도 없이 사라지는 게 다반사였다.주문 한 건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30분 내외였다. 새로운 주문을 받기 위해 제휴처가 밀집한 역 근처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하면 1시간 가까이 걸렸다. 2000원 버는 데 1시간을 소요한 셈이다.더욱 문제는 주문 배정이 직선거리 1.5km 이내로 배정된다는 점이다. 일부 주문은 카카오맵을 활용해 도보거리로 환산하면 2.3km, 소요 시간은 37분이 걸린다고 나오기도 했다. 직선거리만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락을 눌렀다가 생각보다 긴 거리에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이는 근거리 도보배송을 내세운 서비스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송 기사 캐치프레이즈로 ‘가볍게 시작하는 배달 알바’, ‘산책하며 커피값 벌기’ 등 가볍고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도보배송에서도 도보 외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까지 이용할 수 있기에, 사실상 이동수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이틀 동안 확인한 주문은 올리브영과 파리바게트 외에 없었다. 카카오 T 도보배송에는 SPC 그룹 계열사 외에도 편의점·식음료 등 제휴처가 있지만, 주문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해당 제휴 업체가 없거나 밀집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주문을 잡기 더욱 힘든 구조다.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휴처 확보가 필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랜차이즈 제휴뿐만 아니라, 하반기에 소상공인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의 배달 서비스 이용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다.업계 관계자는 “전문 라이더가 운행하는 기존 배달업계와 경쟁보다는 주부·노인 등 경제 취약계층에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보인다”며 “도보60 때보다 콜 수가 적어졌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어 제휴처 확대 조치가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