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철회에도 뒷말 무성…"헌법위 뗏법"?가격담합·실력행사에 정부가 끌려가…원칙 무너져화주단체 실무교섭 배제 논란…화주협 "정부합의 우려""노동개혁 의지·진정성 의문"…국토부 '눈치보기'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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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끝냈지만, 뒷말이 나온다. 화물연대가 엄중한 경제 상황을 볼모로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비판부터 정작 이해당사자인 화주 단체가 실무협상에 빠졌다는 지적과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안이한 인식까지 여러 의견이 나온다.◇화물연대 파업 철회… 불씨 여전화물연대는 지난 14일 오후 10시40분쯤 경기도 의왕 내륙물류기지(ICD)에서 국토교통부와 5차 실무교섭을 벌여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등에 합의하고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했다. 지난 7일 운송거부에 나선지 8일 만이다.국토부는 일단 안전운임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과적·과속운행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최소 운임제도다. 우선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만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시범도입돼 시행 중이다.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주는 화주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국토부는 국회가 후반기 원구성을 마치는 즉시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구체적인 안전운임제 연장 시한과 품목확대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불씨는 남았다는 견해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안전운임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완성형 제도가 아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 확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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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타결… 경제위기 부담노정 간 협상은 파업 초기엔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의 대안 마련 주문 이후 급물살을 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주 산업계 피해가 늘 수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4일 경기도 의왕IDC를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 오늘 밤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에 대화의 문이 열리면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지난 11·12일 이틀간 정부세종청사에서 마라톤 대화를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로는 공식적인 대화 일정도 잡지 못했었다.앞선 8일 어 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파업 이후 화물연대에서 국토부 연락이 없다고 한다는 물음에 "집안에서도 잘 지내다 갑자기 싸우고 나면 잠깐 그렇다"면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업무를 2003년부터 했다. 분위기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다소 느긋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었다.윤 대통령도 이번 총파업에 반 발짝 물러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자기들의 문제를 풀어갈 역량이 축적돼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번 집단운송거부가 기본적으로 노사 협상 사안이라는 인식 아래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드러냈었다.그러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물류 차질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조바심이 난 건 정부였다. 윤자영 충남대 노동경제학 교수는 "노동문제로 접근했으면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공급망 차질 등) 경제이슈로 봤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풀린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15일 출근길에 화물연대 파업 철회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글쎄 뭐 조마조마하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우리가 다 함께 전체를 생각해서 잘 협력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엄중한 경제상황에 정부가 등 떠밀린 측면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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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실력행사에 정부가 요구 들어줘협상 결과를 따져보면 국토부가 크게 양보한 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등은 법을 고쳐야 해서 국토부가 임의로 결론 낼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가운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국회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가장 급한 문제가 화물연대 파업 문제"라며 여야 간 회동을 제안했다. 노동계를 지지기반으로 둔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폐지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안전운임제 영구 법제화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일단 연장 방안에 대해선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전운임제가 화물노동자 입장에선 최저임금제에 가까운 거 아니겠나"라며 "열어놓고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화물연대가 파업이란 실력행사에 나서 정부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어낸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이번 협상 타결을 법·원칙의 승리가 아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집단시위를 벌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며 "현재의 안전운임제가 문제가 있어 일몰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반도체, 자동차, 소주 출하까지 못하게 힘을 과시한 이해집단에 끌려다니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시장원리를 강조했지만, (이번 협상 타결은) 맞지 않는다. 사실상 최저가격제도를 보장해준 것인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화물연대)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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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화주단체는 교섭테이블에서 빠져협상 테이블에 정작 화주단체가 빠진 것도 논란거리다. 협상 타결 후 국토부 관계자는 실무교섭에 화주단체가 참여했는지 묻는 말에 "(파업 이전) 토론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했다"며 사실상 실무교섭 단계에서 화주단체가 참여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국내 유일의 법정 화주단체인 한국화주협의회를 운영 중인 한국무역협회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 현장 복귀를 환영한다"면서도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합의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안전운임제가 화주의 일방적인 부담이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면서 "시장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의 지속 추진은 기업의 국내 생산을 축소하고 국제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주협의회는 안전운임제로 육상 운임이 단거리 기준으로 최소 30% 올라 제도 연장이나 확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무역협회는 "매번 요구 사항 관철을 위해 국가산업과 경제를 볼모로 하는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실력행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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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예고된 '하투'… 尹정부 노동개혁 의지 시험대윤석열 정부의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노동계 본격적인 하투(夏鬪)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하는 분위기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오는 18일 하루 동안 경고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후 20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민주노총은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업종별 차등 적용 저지, 노동시간 후퇴 저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등을 주장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 달 중순에는 20여만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도 예정돼 있다.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헌법 위에 '뗏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밥그릇 챙기기 위한 실력행사에 (정부가)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과 원칙이 세워지겠느냐"고 아쉬워했다. 박 교수는 "(윤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해 정부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힘 있는 집권 초기에, 인수위 시절부터 확실한 액션플랜을 가지고 준비했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노동문제에 대한 확고한 인식으로 전면에 나서야 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 노동부장관을 임명한 것부터가 문제다. 개혁의 대상한테 개혁하라고 하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화물연대 총파업이 예고돼 있었음에도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한다며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과 무관치 않다.이언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도 협상이 쉽진 않았겠지만, 내심 윤석열 정부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대혁신의 메스를 들어주길 바랐는데 솔직히 실망했다"면서 "파업을 가장한 담합과 지대 추구행위에 추상같이 정의의 길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전 의원은 "먼저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므로 최소운임을 정해놓고 이걸 보장해주지 않으면 일하지 않겠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개인사업자들의 가격담합이고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운임제 도입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시장상황이 화물차주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운임을 고정하면 가격 기능이 마비된다"면서 "근본해결책은 파업하고 가격담합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물류기업이 제대로 클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물류기업이 화물차주를 직접 고용해 소득과 근로여건을 높여줄 수 있게 물류생태게를 선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윤 교수는 다른 시각에서 새 정부의 노동문제 인식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노동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쟁점, 갈등은 국정과제에 노골적으로 빠져있다"고 말했다.조성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윤 정부는 노동문제에 있어선 전문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례를 부족한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을 보충하고 학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원은 '늘공'(직업 공무원)의 눈치보기 행태도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 좀 더 일찍 타협점을 찾기 위한 공론화에 나섰어야 한다"면서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여당의 생각이 명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눈치보기를 한 것 같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어야 하는데 미흡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