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학자들 "1년내 경기침체 확률 44%"… WSJ 조사결과中 올 성장률 5% 밑돌 듯… 제로코로나에 발목, 2%대 전망도전문가 "韓, 아직은 침체 아냐… '빅스텝' 밟으면 본격화 신호탄"
  • ▲ 경기 하향.ⓒ연합뉴스
    ▲ 경기 하향.ⓒ연합뉴스
    우리 교역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경기침체 국면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 흡수 여부에 따라 도미노 경기침체로 번질 공산은 크다고 우려했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p) 금리인상)을 밟은 뒤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1년 안에 경기침체가 올 확률'에 대해 44%가 그렇다고 답했다. 올 1월(1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WSJ이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래 가장 높은 확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12월에는 3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2월에는 26%였다.

    경기침체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과 금리 인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연착륙할 거라는 연준의 예측이 빗나갈 거라고 우려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시장 덕분에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인플레를 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실현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평균 6.97%로 예상했다. 4월 조사(5.52%)보다 1.45%p나 높았다.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4월(2.86%)보다 0.4%p 높은 3.26%로 조사됐다.

    고물가와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8%에 그쳤다. 4월 조사(2.57%)의 절반에 불과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은 3.7%로 지난달(3.6%) 예상보다 소폭 올랐다. 내년 말 실업률 전망치는 4.19%로 조사됐다.
  • ▲ 중국 봉쇄령.ⓒ연합뉴스
    ▲ 중국 봉쇄령.ⓒ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령까지 겹치면서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연합(EU) 13.8% 등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비중이 40.2%에 달한다.

    애초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3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이 5%를 지키는 것도 녹록지 않을 거라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 중국 성장률을 4.8%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선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코로나19 충격으로 말미암아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 이후 최악이었던 2020년의 2.3%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 ▲ 금리.ⓒ연합뉴스
    ▲ 금리.ⓒ연합뉴스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나 시작되는 시점에는 근접했으며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아직 경기침체를 말하긴 어렵다"면서 "제조업과 수출은 지난 4,5월 지표가 안 좋게 나왔지만, 대면 서비스업은 반등하면서 분위기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은 금리인상 속도를 흡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중국은 상하이 봉쇄는 풀었지만, 다시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쟁이 종식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면서 "원자잿값 상승이 안정되면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내려올 거고 금리를 급격히 올릴 필요도 없어진다"고 했다. 다만 현재로선 전쟁 종식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정 실장은 "그래서 우리의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큰 폭의 금리인상은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는 부작용도 따른다. 균형있게 (상황을)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우리 제조업은 전 세계 5위로 탄탄하지만, 국제금융 경쟁력은 30위로 바닥권"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더 안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무역의존도가 세계 2위인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한다"면서 "같은 에너지 수입국이지만, 내수 위주 경제로 대외의존도가 25%쯤인 일본과 차이가 있다. 공급망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은 아니나 침체는 온다. 이제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인다"면서 "(빅스텝 등 국내)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이를 신호로 (경기침체가)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경기침체를 각오했는데도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골치"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러·우 전쟁이 종식하면 유가가 내리면서 눈에 띄는 경기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코로나19 상황에서 회복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물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채권을 중심으로 유입됐으나 역전 시기 말미에는 우리나라가 고생했다"면서 "금리인상이 가팔라져도 경상수지가 흑자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는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성 교수는 우리 고용지표가 나쁘진 않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의 고용지표는 여전히 단기직 위주의 질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라며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기저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노동시장이 (금리인상을 버티기에는) 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