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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주52시간' 손본다…尹정부, 月단위 총량관리

"노사합의 존중…근로시간 저축계좌制 도입""주단위 초과근로관리 선진국중 韓 유일""임금체계, 초고령화 등 직무성과 위주 개선"使 "방향성 공감…대체근로 등 추가개혁 필요"勞 "52시간제 무력화…노동자 적대시 정책"

입력 2022-06-23 13:28 | 수정 2022-06-23 22:55

▲ 주52시간제.ⓒ연합뉴스

민간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회복을 기치로 하는 윤석열 정부가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였던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먼저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하면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총량 관리단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임금체계도 손질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청년층 일자리 기회 확대를 위해 늦출 수 없다는 견해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주52시간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여야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도입했다.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사업체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해왔으며 다음 달이면 제도 전면 시행 1년을 맞는다.

노동부는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운영 방법을 현실에 맞게 고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주52시간제 유연화와 관련해 "'주 단위'로 초과근로를 관리하는 방식은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주요국은 기본적으로 노사 합의에 따른 선택권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공·연금, 노동시장, 교육 등 5대 부문에 대한 구조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노동시장의 경우 주52시간제 유연화를 대표적인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이 장관은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히 줄였지만, 기본적인 제도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제도의 탄력적 운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지난해 4월 유연근로제를 보완했지만, 절차와 요건이 복잡해 활용률은 1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노동부는 근로자 휴식권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 근무한 근로시간을 저축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쓰는 제도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의 적립 상·하한, 적립·사용방법, 정산 기간 등 세부적인 쟁점 사항을 자세히 살펴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확대하는 등 제도 활성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00시간대)보다 많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부는 임금체계도 손질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 분석과 해외 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기본적으로 오래 근속한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지난 4월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놓은 '2022년 임금조정과 기업 임금정책에 대한 권고' 보고서를 보면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2.95배에 달한다. 일본(2.27배), 유럽연합(EU·15개국 평균 1.65배)보다 높다. 임금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조 프리미엄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지불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현재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도 이날 "연공성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지만, 이직이 잦은 저성장 시대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3년 뒤(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5%로 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고 청년이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려면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청년, 여성, 고령자 등이 상생하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하는 경제단체장들.ⓒ연합뉴스

경총은 이날 노동부 발표에 대해 "방향성은 공감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총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며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유연근무제 도입 요건 개선,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9일 경총이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새 정부가 추진할 노동개혁 과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의 44.7%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동법제 선진화'(16.6%), '협력적 노사 문화 확산 지원'(14.6%), '안전한 일터 조성'(13.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노조가 있는 기업의 38.9%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총은 "이번 (정부) 발표에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대체근로 금지, 사업장 점거 등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빠졌다"며 "사업장 점거 전면금지 등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했던 노동계.ⓒ연합뉴스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노동부가)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장시간노동 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면서 "(이번 발표는) 새로운 게 없는 맹탕 발표"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노동부가 스스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하면서도 스타트업·전문직의 노동시간 규제 예외적용 등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편법적인 정책만을 내놨다"면서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직무성과급제로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의 정신에 맞게 5인 미만 사업장·단시간 노동자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활동할 권리, 복수노조를 통한 부당노동행위 엄벌과 교섭권 보장, 비정규직제도 철폐 등 노동정책의 일대 전환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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