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에 0.4%대 뒤져증시 연동 수익률 급락… 예적금만도 못해내달 디폴트옵션 도입… 장기 수익률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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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판인 퇴직연금이 ‘쥐꼬리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빠르게 늘어 300조원에 육박했지만 원리금보장에 치우친데다 물가상승과 증시 부진 등으로 수익률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달 도입될 운용사가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이 ‘깡통 연금’을 ‘연금 부자’로 바꿀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본지가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 공시된 업권별(은행‧증권‧보험)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DB형‧확정급여형) 상위 5~6개사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수익률은 은행권이 가장 낮았다.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의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수익률은 1.12%로 보험,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보다 각 0.44%포인트, 0.47%포인트 낮았다.

    같은 기간 5개(NH투자‧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현대차) 증권사 평균 수익률은 1.59%, 5개(삼성생명‧삼성화재‧교보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 보험사의 DB형 평균 수익률은 1.56% 로 집계됐다.

    증권과 보험사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은행에 비해 선방했으나 퇴직연금 전체 사업자의 지난 한해 평균수익률인 2%에는 못 미쳤다. 노후 자금이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못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평균 수익률은 더 초라하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수익률은 6개 은행이 0.9%, 증권 5곳이 0.82%, 보험 5개사가 1.29%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 업권 DC형 평균 수익률인 2.49%의 절반 수준이다. 

    IRP의 올해 1분기 평균 수익률 역시 6개 은행이 0.47%, 증권이 1.98%, 보험 0.82%를 거둬 작년 업권 전체 IRP 평균 수익률인 3%와 비교해 수익률이 급감했다.

    퇴직연금 수익률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오르고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개인화된 종합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개인들의 퇴직연금 운용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역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가입자의 수급권 보장하기 위해 내달부터 디폴트옵션 도입을 결정했다. 또 퇴직연금 상품 투자 권유시 지켜야할 ‘표준투자권유준칙’을 일원화하는 등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감독규정 개정도 추진중이다. 

    디폴트옵션은 DC형·IRP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가 없을시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합의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투자상품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 사업자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가 활성화되고, 연금가입자의 장기 수익률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더 경쟁력 있고 성과가 좋은 상품들을 내놓으며 수익률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생애주기에 맞춰 장기적으로 운용 가능한 펀드 등이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들은 디폴트 옵션 도입에 맞춰 퇴직연금 조직 확대 개편,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퇴직연금 수익률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쏠리치 퇴직연금 플랫폼을 통해 AI(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이 시스템을 고도화해 초개인화된 퇴직연금 전용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NH농협은행은 ‘NH로보-프로’ 적용을 확대해 퇴직연금 자산배분점검과 투자성향에 따른 적합 포트폴리오 제시 등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에 매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퇴직연금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연금수령방식을 다양화했다. 기존 연금수령 신청시 연금수령방식을 한 번 설정하면 수령 개시 후 변경이 불가 했으나 가능하도록 했으며, 연금 수령 중인 고객도 상장지수펀드(ETF)로 연금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고객 선택권을 개선했다. 퇴직연금을 ETF로 운용시 상품 교체의 직접거래가 가능하도록 편의성도 개선했다.

    국민은행은 DC형과 개인형 IRP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전문 PB와 일대일 맞춤형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 운영 중이다.

    또 연금상품에 특화된 TDF 상품을 비롯해 퇴직연금 ETF 상품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4차산업, ESG, 헬스케어 등 유망 섹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과 수익구조 확정형 펀드 등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