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0.25%p 추가 인하… 한미 금리차 1.50%p연준, 금리인하 속도 조절 시사에 원‧달러 환율 1450원 돌파‘인하’ 압박받는 한은, 환율 급등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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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에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지난 11월 15년 만에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내수 진작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계엄사태로 환율 리스크만 증폭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마저 앞으로는 금리를 천천히 내리겠다며 강달러를 부추겼다.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 타격이 불가피하고, 물가상승으로 내수 경기도 더 악화할 수 있다.한은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기준금리 인하를 더 이어가도 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준 “금리인하 천천히”… 원‧달러 환율 1500원 전망도연준은 17∼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50∼4.75%에서 연 4.25∼4.50%로 0.25%포인트 낮췄다.이번 인하 결정으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금리 차이는 기존 1.75%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금리차 축소는 일단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연준은 이날 새로 내놓은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내년에 당초 예상한 ‘네번’이 아니라 ‘두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애초 시장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한국보다 빠를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내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그러나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더 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연준의 FOMC 회의 직후인 19일 오전 145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노무라증권은 강달러와 우리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해 내년 15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기준금리' 대신 '재정' 역할 강조환율이 더 오르면 어렵게 잡은 물가도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들여와야 하는 만큼, 높아진 수입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돈이 돌고 민간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효과를 봐야 하는데 반대로 높은 환율이 경기 회복을 짓누르는 악순환 구조로 흘러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수출 둔화, 내수 회복 지연에 탄핵 정국까지 겹쳐 경기가 냉각되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었던 지난 11월 금통위때와 비교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이 총재는 지난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임시 금통위를 통한 기준금리 인하 계획에 대한 질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또 기준금리보다는 재정을 통한 경기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가급적 여·야·정이 빨리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 심리에도 좋다”며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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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트럼프 등 복합 변수… 통화정책 효과에 의문↑시장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투입이 늘어날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국내 정국 혼란 속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복합 변수가 많아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경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내년 국채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한은이 연초 기준금리를 한번 더 인하해도 시장금리가 하락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국에 대해 공세적인 무역정책을 폈을 때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정책 담당자도 없고 뚜렷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한은은 내년 1월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이때까지 금통위원들은 환율 흐름과 탄핵 사태에 따른 민간 소비 등 내수 충격 여부를 계속 확인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