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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일자리' 증가 어쩌나…'임금인상→물가추가인상→구조조정?'

국내기업 2∼3분기 65만명 채용 계획…전년비 50%↑5월 '빈 일자리' 22.7만개, 44.1%↑…"인력부족 심화"임금인상 부채질→물가 추가 상승 악순환 이어질라내년 최저임금 9620원, 5.0%↑…비용상승에 구조조정 가능성

입력 2022-07-01 11:57 | 수정 2022-07-01 12:15

▲ 구인정보 게시물.ⓒ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국내 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이 늘고 있지만 '빈 일자리'도 꾸준히 늘고 있다. 빈 일자리 증가세는 임금 인상을, 인건비 상승은 다시 고물가를 부채질할 수 있어 웨이지(임금)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우크라이나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맞물려 최악에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올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2∼3분기(4∼9월) 채용 계획 인원은 65만명으로 1년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만9000명(50.8%)이 많다. 채용 계획이 많은 업종은 제조업(17만4000명), 숙박·음식점업(7만9000명), 도·소매업(7만6000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5만9000명) 등이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고용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비어 있거나 한달 안에 새로 채용할 수 있는 '빈 일자리'의 증가다.

노동부가 같은달 30일 내놓은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5월 빈 일자리 수는 22만7000개(상용직 20만7000개·임시일용직 2만개)로 지난해(15만9000개)보다 42.7% 증가했다. 전체 일자리수와 근로자수를 고려할때 빈 일자리율은 1.2%로 2018년 2분기(1.3%)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중이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300인 미만 사업체서 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빈 일자리 수는 7000개(빈 일자리율 0.2%)로 1년전보다 1.1% 늘어난데 비해 300인 미만은 21만9000개(빈 일자리율 1.4%)로 44.1%나 증가했다. 전체 평균보다 2.0%포인트(p) 높다.

빈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올 1분기(1~3월) 빈 일자리수는 21만5000명으로 2018년 2분기(21만7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사업체가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는데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올 1분기 17만4000명이다. 1년 전보다 7만2000명(70.2%) 급증했다. 권태성 노동부 고용지원정책관은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초입"이라며 "지난해보다 굉장히 인력이 부족하다. 일부 직종은 인력이 부족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근로자 1인당 누계 월평균 실질임금 추이(단위: 천원, %).ⓒ노동부

문제는 구인난이 심화되면 임금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올 4월까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95만7000원이다. 지난해보다 6.1%(22만8000원) 늘었다. 상용직의 정액 급여 인상률은 2020년 2분기 1.6%에서 올 1분기 4.0%로 올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4.0%) 이후 가장 높다.

정부와 물가당국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까 걱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앞서 4월25일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올 하반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추가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다른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고물가속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경종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된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뿐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4월까지 명목임금은 6.1%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374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0%(7만3000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승률로 보면 명목임금의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고임금·고물가 악순환은 고환율·고금리 등과 함께 기업의 비용 지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각에선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5월31일부터 6월7일까지 소상공인 1105명을 대상으로 '2023년도 소상공인 최저임금 영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대처 방법으로 '기존 인력 감원'(34.1%), '기존 인력 근로시간 단축'(31.6%), '신규 채용 축소'(28.1%), '매출 확대 노력'(21.3%),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19.5%) 등을 꼽았다. 임금발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 결정.ⓒ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5.0% 올린 962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대해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이 법정심의기한을 준수하려고 졸속으로 최저임금을 정했다며 9620원은 절망·분노스러운 금액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경영계도 불만을 표출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인의 지급 능력이 한계 상황에 처했는데 어려운 경제여건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태도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업종별 차등지급이 올해도 무산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과 바람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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