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공기관 40곳 부채 585兆…올해 본예산과 맞먹어기업 氣살리기·부동산세 정상화 등 감세에 'R의 공포'이번주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제정준칙 등 건전재정 방향 제시尹대통령 "공공부문 허리띠 졸라매 어려운 분 두텁게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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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개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공공기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방만 경영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일각에선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돈 쓸 곳 많은 새 정부가 증세 카드 대신 재정 다이어트를 우선 추진하면서 '숨은 빚'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6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중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민간주도의 경제 도약을 위한 새 정부의 재정운용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건전 재정을 기치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퍼주기식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했던 직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정부에서 제시한 재정준칙을 어떻게 손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말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상임위 소위에 계류중이다. 재정준칙은 재정지표의 관리수준을 정한 것으로 당시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비율 마이너스(-) 3%를 기준선으로 정했다.
새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물론 기존 재정준칙 계산식이 복잡하다고 보고 이를 단순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올해 말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3.2%, 국가채무비율이 49.6%에 달할 거라는 예상도 한몫 거든다. 애초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 기준으로 50.2%,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2.6%가 예상됐었다. 당장 올해 준칙 준수가 어렵다는 얘기다. -
새 정부의 재정 다이어트는 이미 시작됐다. 기재부는 부처에 배포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추가 지침을 통해 모든 부처는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10%쯤을 의무적으로 줄이라고 주문했다.문제는 정부 의지와 달리 앞으로 재량지출 부담이 되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21년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총 21조원쯤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해 평균 4조2230억원씩 증가하는 셈이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따라 달라지는 재정소요와 재량지출의 상관관계를 따졌다.여기에 Y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정책)가 민간 주도의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업 투자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으로 세수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종합부동산세 등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인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도 상당 부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어서 감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문재인 정부가 25%로 올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08년 MB(이명박) 정부 수준인 22%로 내리고 현재 4단계로 돼 있는 과표구간도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투자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국가전략기술의 경우 현재 6~10%인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중견기업과 같은 8~12%로 상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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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11일 제5차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이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이라며 "이게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고 새 정부가 처한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나랏빚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말 현재 집계된 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1001조원이다. 올해 말 나랏빚 규모는 1068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나라살림은 펑크가 나고 있다. 올 4월 현재 국세 수입은 167조9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4조5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정부 씀씀이도 커지면서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1조3000억원 적자를 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37조9000억원 적자다.지금은 기업 실적이 받쳐주면서 초과 세수가 걷히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앞으로 세수 호황을 기대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세수 펑크를 걱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장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고물가 여파로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13조원쯤)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1997년(91억6000만달러)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규모다. 최근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는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올 3분기에 -2.2% 역성장을 한 뒤 앞으로 1년 안에 경기후퇴에 진입할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설상가상 임기 내 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266조원쯤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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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국회에 낸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자산이 2조원 이상이거나 자본잠식인 공기업·준정부기관 40곳의 올해 부채는 585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본예산(607조원)의 96%에 해당한다. '숨은 빚'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빚이 정부 본예산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를 포함하면 실제 나랏빚 규모는 1600조원을 크게 웃돈다.공공기관 부채는 내년 606조9000억원, 2024년 623조4000억원, 2025년 638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채비율은 올해 172.5%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 170.6%, 2024년 167.7%, 2025년 162.6%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이에 정부는 지난달 30일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14개 공공기관을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선정하고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 14개 기관의 부채·자산 규모는 전체 350개 공공기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아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비(非)에너지 공기업 중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앞으로 수익성 제고, 지출 효율화, 사업구조 조정 등을 통해 이들 기관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렵다. 민생의 어려움을 더는 데 공공 부문이 앞장설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과감한 지출구조 조정과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서 마련한 재원을 더 어렵고 더 힘든 분에게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