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여만 최악의 인플레에 금리 2.25~2.50%로 올려한미 간 금리 2년반만에 역전… 자금유출 우려 '엇갈려'미국發 경기침체 확산 우려…대외의존도 큰 韓 '위기감'
  • ▲ 미 연준, 또 자이언트 스텝.ⓒ연합뉴스
    ▲ 미 연준, 또 자이언트 스텝.ⓒ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각) 두 달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밟았다. 40여년 만에 맞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은 물론 글로벌 동조화로 경기침체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75bp(0.75%p, 1bp=0.01%p)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14∼15일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 초강수를 둔 셈이다. 시장에선 연준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울트라스텝'(1.0%p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는 75bp 인상을 지지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공급망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전방위 압박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면서 "소비와 생산 지표가 둔화하긴 했으나 노동 시장은 강건하고 실업률은 낮다"고 밝혔다. 견실한 노동시장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버텨낼 거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올라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로선 금리가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경고해 왔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선 급격한 자금 이탈은 없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16일 내놓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으나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KDI는 "한국이 기준금리를 미국에 동조해 급격히 올리기보다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가져오더라도 중기적으로는 물가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KDI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독립적 통화정책을 쓰면 금리 동조화정책을 쓸 때보다 소비가 매 시점 0.0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이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밟을 공산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관리만을 앞세워 기준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빅스텝을 단행한 뒤 금리인상 속도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의 하단 부분에 온 게 아닌가 한다.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2.75~3.00%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물가 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25bp씩 인상하는 게 바람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 ▲ 경기 침체.ⓒ연합뉴스
    ▲ 경기 침체.ⓒ연합뉴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각) NBC방송에 출연해 "일자리 창출이 일부 더뎌질 가능성이 있지만, 한 달에 40만개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다면 그것을 경기 침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설령)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강력한 노동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미 CNBC방송은 26일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30명을 대상으로 7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물가상승률을 낮추려는 연준의 노력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앞으로 1년 내 경기침체가 올 확률'을 55%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20%p나 오른 것이다.

    만약 세계 경제의 큰 축인 미국 시장이 흔들린다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등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러시아를 포함한 EU 13.8% 등이다.

    설상가상 EU가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대비해 겨울을 앞두고 천연가스 수요를 15% 절약하기로 합의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IMF는 지난 26일 발표한 수정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등 복합요인으로 3.2%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치(3.6%)보다 0.4%p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IMF는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2.6%, 내년 2.0%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우리 수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16개월 만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명동 은행회관 3층 회의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최상목 경제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