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과거 3차례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자금 순유입"뉴욕증시도 상승 마감… 파월 "9월 인상폭 향후 지표따라 달라질 것"재정·통화·금융 수장들, 나흘만에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다시 모여
  • ▲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연합뉴스
    ▲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연합뉴스
    정부가 미국발 금리 인상과 한미간 금리역전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폭이 시장 예상에 부합해 금융시장이 충격을 무리없이 소화할 거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 3층 회의실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 취임으로 '완전체'로 첫 모임을 한지 나흘만에 다시 회동했다.

    이들 재정·통화·금융수장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달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p) 기준금리 인상)을 밟은 것과 관련해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또한 지난 2020년 2월 이후 약 2년반만에 처음으로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것과 관련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미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이 이번 FOMC 결과를 무리없이 소화함에 따라 국내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뒤 기자들과 만나 7월에도 0.75%p 또는 0.50%p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시장 일각에선 연준이 40여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울트라스텝'(1.0%p 금리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는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상 보폭을 유지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36.05p(1.37%) 오른 3만2197.59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2.56p(2.62%) 오른 4023.6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69.85p(4.06%) 상승한 1만2032.42로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데다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9월 금리 인상 폭과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제시하지 않고 여지를 둔 데 시장이 안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정례회의 후 "다음 회의에서 또 다른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지금부터 그때까지 우리가 얻게 될 지표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9월 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편으론 앞으로 두 달간 나올 지표 변화에 따라 인상 폭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 ▲ 한미 간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간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한미 간 금리 역전과 관련해선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면서 "다만 과거 3차례 금리 역전 상황에서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자본 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16일 내놓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1999년 6월∼2001년 2월(1기) △2005년 8월∼2007년 8월(2기)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으나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1기 땐 미국 금리가 최대 1.50%p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지속됐다. 2, 3기의 최대 역전 폭은 1.00%p(2006년 5∼8월), 0.875%p(2019년 7월)였다. 그러나 역전 시기마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자금은 모두 순유입됐었다. 1기 때 168억7000만 달러, 2기 304억5000만 달러, 3기엔 403억4000만 달러 규모였다.
  • ▲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연합뉴스
    ▲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다층적 유동성 공급망 체계 등을 통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필요하면 부문별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시장에 안정화 메시지를 보냈다.

    추 부총리는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미 마련한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 안정조치를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며 "채권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면 정부의 긴급 국채 조기상환,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등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