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분기 -0.9% 성장…두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옐런 "둔화일뿐 침체 아냐"…전문가들 "1년내 침체확률 55%"EU, 러 보복대비 가스수요 15%↓…대외의존도 큰 韓수출 빨간불
  • ▲ 경기 하향.ⓒ연합뉴스
    ▲ 경기 하향.ⓒ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각)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 0.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분기(-1.6%)보다 감소폭은 둔화했으나 두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이 시작된 2020년 1∼2분기 이후 2년만이다. 역성장폭은 팬데믹 당시와 견줄바는 아니지만 기술적으로는 두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경기침체' 요건을 충족했다. 공식적인 경기침체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판단한다.

    2분기 역성장의 원인은 민간기업의 재고투자가 감소한 여파로 분석된다.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기업투자와 주거용 고정투자, 연방정부·주(州)·지방정부 지출, 비주거 고정투자 감소를 역성장의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1분기 역성장의 '주범'이었던 무역수지는 수출증가에 힘입어 다소 개선됐다. 개인소비 지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로 증가율은 1%로 둔화됐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은 아니라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뚜렷한 경제성장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그러나 경기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의 약화로 현재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견실한 노동시장을 들어 경기침체를 부인한다. 2분기 고용은 110만개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40여년만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려는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결국 경기침체를 유발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 CNBC방송은 지난 26일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30명을 대상으로 벌인 7월 설문조사 결과 '물가상승률을 낮추려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노력이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63%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앞으로 1년 내 경기침체가 올 확률'을 55%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20%p나 오른 것이다.
  • ▲ 가스관.ⓒ연합뉴스
    ▲ 가스관.ⓒ연합뉴스
    설상가상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EU 이사회는 지난 26일(현지시각) 회원국들이 올겨울 천연가스 수요를 최근 5년 평균소비량 대비 15% 줄이는 데 정치적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사회는 가스 수요 감축을 의무화하는 '연합 경보'를 발동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내년 1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하면서 함께 이뤄졌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사용하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끊는 보복에 나설 경우에 대비한 셈이다.

    문제는 에너지난이 심화하면 유럽의 경제가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6일 수정 세계경제전망을 내놓으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발표했다. 종전보다 0.4%포인트(p) 낮춰잡았다. 그러면서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2.6%, 내년 2.0%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IMF는 올해 미국이 강력한 통화 긴축과 구매력 하락 등으로 2.3% 성장하는 데 그칠 거로 내다봤다. 전망치를 종전보다 1.4%p나 내렸다. 유럽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독일(1.2%)은 0.9%p, 프랑스(2.3%)는 0.6%p 각각 내렸다.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만약 세계 경제의 큰 축인 미국과 유럽 시장이 흔들린다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등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중국 25.3%, 미국 14.9%, 러시아를 포함한 EU 13.8% 등이다. 경기침체 우려 속에 우리나라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16개월 만이다.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3% 성장할 거로 전망했다. 종전 4월 전망치(2.5%)보다 0.3%p 추가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지난 26일 한국경제학회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주제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21명(54%)은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진입 단계에 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