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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줄 모르는 '법인세 인하' 공방… '법인=개인·대기업=부자' 그릇된 인식 탓

野 "부자감세" vs 政 "기업 투자증대 기대"10년째 논란 되풀이… 법인에 대한 시각차 때문

입력 2022-08-03 15:02 | 수정 2022-08-03 16:40

▲ ⓒ연합뉴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리겠다고 밝힌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거대 야당의 공세는 멈출줄 모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부자감세로 규정한다. 이미 실패한 낙수효과를 들고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서민을 두 번 죽인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법인세 '부자감세 vs 투자활성화' 논란… 10여년째 되풀이

▲ 변재일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016년 8월 부자증세를 하겠다며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진영의 갈등은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자에게 왜 세금을 깎아주냐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한 이듬해 최고세율을 다시 25%로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부자감세 논란은 꾸준히 이어졌다. 

10여년 동안 이어진 공방전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요지는 한결같다. 법인세 인하는 복지재원으로 쓰여야 할 세수가 감소하며 그 피해는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다고 투자를 하지도 않는데 대기업에 감세를 해 줄 필요가 있냐고 따진다. 

반면 보수진영은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조세경쟁력을 갖춰야만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고용이나 임금 등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세수가 더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 내용은 수년간 똑같다. 참신한 것이 없다"며 "부자감세 주장은 이제 듣는 사람도 지겹다. 다른 논리를 들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기업 경영진 사적이익 관리하면 법인세 인하 효과 커져"

▲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일 열린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연합뉴스

10여년동안 공방이 되풀이되는 것은 양쪽 진영이 바라보는 법인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세법에서 법인을 개인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과세체계를 누진세율로 적용하지 않으며 이월결손을 용인해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인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으로 법적 활동을 하는 자연인 뿐만 아니라,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결합한 단체를 뜻한다. 그 단체의 재산에 대한 권리 행사와 의무 부과를 하기 위해선 법인의 법적활동을 자연인처럼 보장해줘야 한다. 법률에 의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법인이다. 

결국 사람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사람에 준하는 권리 행사와 의무 부과를 한다는 뜻이다. 법에서는 법인을 '자연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지만, 민주당은 법인을 '개인'으로 보고 법인 중에서도 규모가 큰 대기업을 '부자'로 정의해 부자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서민 복지재원의 수단으로 삼으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급속한 산업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 경영진이 사익 추구나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강하게 깔려있다는 것도 법인세율 인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경영계가 '신기업가정신'을 선언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사회적 인식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움직임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증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러 연구보고서를 통해 확인된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상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표한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친 영향(남창우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2~2014년 우리나라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p) 인하될 때 투자율은 0.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기업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이 좀 더 제대로 이뤄졌다면 법인세율 인하의 투자효과는 더욱 확대됐을 거라고 추정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는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엮으면 안 된다. 법인세는 부자와 관계가 없는 세금인데, 정치인들이 의식적으로 법인세는 대기업이 많이 낸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전력이나 대우조선해양은 대기업이지만, 적자가 나서 법인세를 내지 않았는데 이 기업들이 부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이 벌어들인 돈을 개인이 배당하기 전에 정부가 법인세를 가져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법인세는 비용이다. 부자감세라는 말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회장은 "법인은 법적으로 만들어놓은 실체일 뿐이다. 소득은 최종 소득자에게 귀속될 때 소득재분배 효과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정 기자 hjle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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