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률 0.48%p 증가전문가 "기대보다 적어, 위험조정계수 수정 안 해"은행들 "선제적 대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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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금리 상승과 오는 9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로 인한 대출 부실 등 건전성 악화를 대비한 조치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당금 적립 비율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금융지주들의 위기 대응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눈치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신용손실충당금)은 총 1조9842억원에 달한다. 각 지주사별로 전년동기 대비 47%~140% 더 쌓았다.신한금융이 601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금융 4970억원, KB금융 4632억원, 하나금융은 4222억원이다.4대 금융은 올해 2분기에만 8006억원을 추가로 쌓았다.4대금융은 자체적인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고, 오는 9월 말 소상공인, 자영업자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된다고 해도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둔 만큼, 건전성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넉넉히 충당금을 쌓았다는 4대금융의 주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금융지주의 위기대응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금리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일부 대출자의 급격한 채무불이행 위험증가와 자금시장 경색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4대 금융지주의 추가 충당금 적립률은 2분기 0.48%포인트 증가에 그쳤는데 이는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위험조정 계수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이어 “향후 금리를 대출금리 상승에 맞추고, 경매가격 하락과 분양률 하락 등을 적용해 위험 조정 계수를 수정했다면 충당금은 더 큰 폭으로 늘었을 것”이라며 “금융지주 경영진은 금융시장에 대한 인식과 위기 대응 능력을 분명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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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에 따르면 현재 금리 추세대로라면 기존대출자의 평균 대출금리는 올해 하반기 말쯤 4%에 근접해 평균 50% 이상의 이자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국내 대출의 80%가 변동금리대출인데다 원리금이 아닌 이자상환대출이 대다수인점을 고려하면 채무불이행 급증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채무불이행이 우려되는 대출자는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이용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이들과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한 5060세대의 과다채무자”라고 내다봤다.이어 “지금까지 수면 아래로 억눌려온 부실대출 등 추가 악재가 한꺼번에 터질 수 있고, 유동성과 부채문제가 결합된 상황”이라며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안한 더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과 자본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