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에 담았던 10만가구이상 공급게획 8·16대책선 빠져 발표문중 신도시 내용 한줄…계획수립 2024년 연기사업 차기정부로 미뤄질수도…"속도 조절 불가피" 주장도
  • ▲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270만호를 공급하는 '8·16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구체적인 특별법 시행 로드맵을 기대했던 1기 신도시에서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10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담았지만 이번 발표에는 구체적 내용이 담기진 않아 '선거용 희망고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 경기 고양시 일산, 경기 군포시 산본, 경기 부천시 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 사업이 예정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감면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안을 제시했다. 

    재초환의 현행 부과기준을 현실화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와 고령자에 대한 감면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안전진단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춰 정비사업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19페이지 분량의 정부 발표문 중 1기 신도시 관련 내용은 '연구용역을 거쳐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할 예정'이라는 단 한 줄에 그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1기 신도시는 29만 가구에 이르는 워낙 대규모이기 때문에 개별 정비사업이 아니라 질서 있게 개발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도시 재창조 수준으로 체계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말했지만 역시 세부적인 로드맵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사업 착수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각 지역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께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2024년에 재정비 계획을 발표할 경우 윤석열정부 임기인 2027년 전에 사업 첫 삽을 뜨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속한 특별법 제정을 기대했던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산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올 연말이 아닌 2024년까지 플랜을 세우는 데 그치면 실질적인 사업 진행은 다음 정부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사업 추진 의지는 없으면서 표심 몰이를 위한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째 분당에 거주 중인 채모 씨(40)는 "2024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으니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을 그때로 잡은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비판 여론에 대해 원희룡 장관은 "2024년으로 가급적 속도를 내보겠다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하는 것은 제한이 있다"며 "일정을 당기도록 노력하고 중간 진행 상황은 주민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비판 여론은 쉽사리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초반 432개 단지, 29만2000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2026년에 모든 단지가 입주 30년을 넘기게 된다.

    용적률이 169%~226%로 비교적 높은 편이라 과거 재건축 외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했지만 내력벽 철거 이슈와 사업성 개선 요구로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정주인구가 많은 대단지가 몰려 있는 만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아 재건축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는 비슷한 시기에 대량으로 공급된 노후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라 재정비는 꼭 필요하다"며 "다만 시장이 갖는 상징성과 영향력이 큰 지역인 만큼 굳이 기간을 짧게 잡아 결론을 내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