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이후 10년간 회장직 낙하산 논란이석채, 황창규 전 회장 검찰 수사… 쪼개기 후원 혐의도'탈통신' 주력, 본업 통신사업 소홀 지적도
  • ▲ 구현모 KT 대표 ⓒKT
    ▲ 구현모 KT 대표 ⓒKT
    KT가 민영화 2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정치적 외풍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간 회장직 낙하산 논란이 일었고 구현모 대표를 비롯한 KT 임원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풍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 2020년부터 통신 시장을 넘어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디지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이후 각종 통신장애를 야기하면서 본업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 회장직 없애고 연봉 낮췄지만 여전한 정치적 외풍

    KT는 1981년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한 이후 2002년 민영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간 회장직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T의 첫 사장직을 맡았던 이용경 전 사장은 정권 교체로 연임에 실패했고 노무현 정부 당시 선임된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뇌물죄로 구속돼 사임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이명박계 인사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자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물러났다. 특히, 올해 초에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12년 자신이 간사로 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딸을 KT 정규직 채용하도록 한 혐의가 유죄로 판정됐다.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 황창규 전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쪼개기 후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치적 외풍이 계속되자 KT는 경영 쇄신을 목적으로 회장 직급을 없애고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전환했다. 연봉도 절반으로 삭감했다. KT의 이 같은 변화 이후 선임된 첫 대표는 구현모 대표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구 대표는 정통 KT맨으로 불린다.

    하지만 구 대표 역시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난해 KT 전·현직 임원들이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구 대표는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재판 중이다.
  • ▲ KT 아현국사 화재 감식 현장 ⓒ연합뉴스
    ▲ KT 아현국사 화재 감식 현장 ⓒ연합뉴스
    ◆ 무리한 탈통신에 본업 소홀 지적

    KT는 민영화 이후 수차례 크고 작은 통신장애를 겪었다. 민영화 이듬해인 2003년에는 ‘1·25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다. 당시 서버의 약점을 이용한 ‘슬래머웜’이 KT 혜화전화국의 DNS 서버로 트래픽을 집중시키면서 전국적인 인터넷 마비가 발생한 바 있다.

    2008년에는 KT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 불이 나면서 서울 중구·마포·서대문구 등 일부 지역의 통신이 이틀에서 일주일가량 마비됐다. 서울 중구·마포·서대문구로 통하는 유무선 케이블 16만 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묶음에 불이 붙었고 KT의 추산으로는 약 489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구 대표 부임 이후에는 ‘탈통신’ 행보를 강화하면서 본업인 통신사업의 문제가 더욱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유튜버 잇섭이 “KT의 10Gbps 인터넷 요금제를 쓰지만 실제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100Mbps에 그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잇섭의 폭로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품질조사를 통해 KT에 2만 4221건의 최저 보장속도 미달 사례가 있었음을 확인했고 이에 총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국적으로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라우팅 오류(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전국의 인터넷·모바일·전화·결제 서비스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개인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접속 장애는 약 1시간 만에 해결이 됐지만,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이슈가 발생하면서 음식점, 카페 등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증권사 HTS 및 MTS 등에 접속할 수 없게 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KT가 추산한 보상금액은 350~400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지난 1월 올레tv에서 약 1시간가량 일부 채널의 방송 송출 장애가 발생해 서울, 경북, 대구, 부산 등 일부 지역 가입자들이 KBS, MBC, SBS, EBS를 비롯해 일부 종합편성채널까지 방송 시청에 어려움을 겪었다. IPTV 채널 신호분배기의 전원 공급장치에서 발생한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전체 가입자 916만 명 중 최대 49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구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통신 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은 우리의 책임이자 사명”이라며 “안전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지만 연이은 통신장애 사태에 신뢰성에 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