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연고점… 尹·당국 구두개입 안먹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악순환 우려25일 금통위 빅스텝 가능성도
  • ▲ 달러화 자료사진 ⓒ뉴시스
    ▲ 달러화 자료사진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언급에 이어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1달러당 1400원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강(强)달러가 계속될 경우, 물가 인상 촉매제로 작용해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전개될 것이란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 尹 대통령·당국 개입에도 속수무책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1339.5원에 개장했다. 

    전일 환율은 연고점을 새로 쓰며 1345.5원에 마무리했다. 장중에는 달러당 1346원까지 치솟으며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돌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외환당국도 지난 6월 13일 이후 두달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다.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 했다. 

    대통령과 당국의 '경고'에도 달러 강세는 진정세를 보이지 못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화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기류가 팽배하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대외적 변수에 있다.

    미국의 긴축정책이 가속페달을 밟으며 '킹 달러' 추세가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 삼으면서 유럽의 에너지난은 경제위기로 심화되고 있다. 
  • ▲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뉴데일리
    ▲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뉴데일리
    ◆ 수입물가↑·무역적자↑·소비자물가↑

    달러 강세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치명타다.  

    통상 원화 약세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으나 중간재 수입 비용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며 최종 수출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히려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25년 만에 재정·무역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될 분위기다. 수출이 둔화하는 사이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 적자폭은 지난달까지 연간 누적적자인 152억5300만달러의 2/3 수준인 254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약 35조원 규모다. 

    국내 수입물가 인상은 올 3분기 말 정점을 기대했던 물가 상승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7월 수입 물가지수는 원화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7.9% 상승했는데 결제 통화(달러) 기준 수입 물가 상승률 14.5%보다 높은 수준이다. 즉,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13.4%p 국내 물가가 오른 셈이다.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가 등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 효과가 반감되는 구조다. 

    정부와 한은은 국제 원자재가 하락 등을 근거로 추석 연휴를 보내고 10월에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국내 물가의 추세적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이번엔 환율 때문에…빅스텝 가능성도

    금융권에선 한은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애초 한은이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0.25%p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고환율이 지속되자 기류가 달라졌다. 

    수입물가가 높아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자본유출 규모가 단기간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내외 금리 차가 우려할 만큼 확대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이 우세하지만 0.50%p 인상 역시 소수의견으로 등장할 여건이 마련됐다"면서 "국제유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가계부채까지 불어난 상황이라 빅스텝으로 직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