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6년새 최저… 10대 건설사중 가장 낮아회계 변경-선투입 자금 등 차입 부담…건전성 '흔들'늘어난 미청구공사-미분양 물량에 잠재 리스크도 '급증'
  •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뉴데일리DB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뉴데일리DB
    롯데건설이 원자재 쇼크에도 안정적인 자체사업 준공으로 원가율 방어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도 기록했다.

    다만 회계기준 변경과 신규수주 확보 차원에서 선투입된 자본으로 인해 차입부담이 가중된데다 잠재 리스크도 확대됐다. 영업성적에 비해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는 평이다.

    25일 롯데건설의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올해 원가율은 85.3%로, 2020년 87.4%, 2021년 85.8%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들면서 최근 5년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더뎌진 공사 진행 속도와 원자재 쇼크 등으로 건설사 대부분의 원가율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실제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원가율은 89.0%로, 지난해 상반기 86.9%에 비해 2.08%p 낮아졌다. HDC현대산업개발(94.9%, +16.9%p)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설사가 악화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률도 6.28%에서 4.86%로 1.42%p 줄어들었다.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영업이익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롯데건설은 이익률에서도 경쟁사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원가율이 낮아진 2020년 7.73%에서 2021년 7.96%, 올해 7.97%로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 이익률은 10대 건설사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10개사의 올해 상반기 평균 이익률은 4.86%다.

    이와관련 롯데건설측은 "회계 기준이 올해부터 기존 K-GAAP에서 K-IFRS로 바뀐 데다가 서울 용산구에 역세권 청년 주택사업 '용산원효 루미니'가 4월 준공되면서 정산 효과가 있었다"며 "자체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원가율이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원효로1가 일대에 들어선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15~43㎡ 총 752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민간임대로 465가구가 분양됐다. 이를 제외한 287가구가 공공임대로 공급되다 보니 일반 민간임대보다 원가율이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흔들리는 재무안정성이다. 상반기 부채 규모는 모두 2020년 2조5752억원에서 2021년 3조2018억원, 올해 3조8240억원으로 2년 연속 불어나면서 최근 10년(2013~2022년)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9년간 평균 부채 규모는 올해보다 20.8% 적은 3조264억원이다.

    부채비율도 2020년 112%, 2021년 131%에 이어 올해 155%를 기록하면서 10년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9년간 평균 부채비율은 15.8%p 낮은 139%다.

    차입금 증가폭은 전체 부채보다 더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차입금은 1조3020억원으로, 지난해 6269억원에 비해 107% 급증했다. 직전 9년 평균 8674억원에 비해서도 50.0% 증가한 규모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52.8%로 직전 9년 평균 40.1%에 비해 12.7%p 악화했다.

    이는 계열법인의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지분투자 등 자금 소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법인에 대한 출자 등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2분기에는 롯데자산개발 등의 계열사로부터 Lotte Properties HCMC의 지분 36%를 약 89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과거보다 차입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회계 기준 변경 여파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다소 저하됐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영업자산 부담, 해외법인 투자, 개발사업 추진 등으로 인한 자금 소요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추가로 차입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롯데건설 측은 "올해 신규수주가 많았다. 출자나 입찰보증금으로 선투입된 것"이라며 "앞선 연도에 비해 악화한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반기 수주잔액은 2013년 20조원에서 10년간 매년 늘어 올해 45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5조690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8년어치 먹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자체사업 등 개발사업을 위한 용지도 든든하다. 상품용 토지 규모는 1008억원으로, 최근 10년새 최고 수준이다. 10년 평균치는 203억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우려는 잠재 리스크로 꼽히는 미청구대금과 미분양 물량이다.

    상반기 미청구금액은 모두 1조540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665억원에 비해 77.8% 증가했다. 해당 수치가 공개된 2015년 상반기 이후 최대치다. 직전 7년간(2015~2021년) 평균 금액이 817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리스크가 확대된 셈이다.

    과거 건설업계 잇단 '어닝쇼크'를 일으켰던 미청구공사는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대금으로, 매출채권보다 회수 가능성이 떨어져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재고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58억원보다 31.5% 줄어든 108억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3년(2020~2022년)간 132억원 선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직전 3년(2017~2019년)간 미분양 물량은 평균 24억원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재고 미분양 물량은 준공 후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잔여 물량이 방치될 수도 있는 만큼 해당 단지의 시세는 물론, 건설사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