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4년만에 최고 수준수출 증가세 둔화, 소비 타격내년 전망은… 물가 3.7%, 성장률 2.1%
  • ▲ 이창용 한은 총재 ⓒ뉴데일리
    ▲ 이창용 한은 총재 ⓒ뉴데일리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2.5%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연 0.50%에서 1년 만에 2%p가 올랐다. 물가 인상을 억누르기 위한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1년새 가계의 이자 부담이 131만 2000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에도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지속되면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 치솟는 물가·환율에 추가 금리 인상 불가피  

    한은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사상 첫 4회 연속 인상이라는 이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데는 물가와 환율 잡기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 속 물가 정점론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두달 째 물가는 6%대에 머물고 있고 환율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1346원까지 치솟으며 외환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연 2.75~3.00%라는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이라며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금통위원 7인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0.25%p 인상이 결정됐다.

    이 총재는 "물가는 5~6%대의 높은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고 고물가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까지 남은 10월과 11월의 금통위에서 0.25%p의 점진적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한 셈이다.

    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봤다.
    이 총재는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 밝혔다. 그는 "한은이 환율 상승 국면을 왜 우려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물가 상승 압력과 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고충이 심해져서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는 것"이라 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유동성 기준 150%와 비교해 외화보유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던데 제가 IMF에서 왔다"며 "한국의 외화보유고는 세계 9위이고, 외환 보유가 큰 나라에 그런 기준은 큰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 ▲ 이창용 한은 총재 ⓒ뉴데일리
    ◆ 물가 수준, 24년 만에 최고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계부채 부담 등 후폭풍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통위는 금리 인상에 돌입한 지난해 8월(0.50%) 이후 1년 만에 금리를 2%p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연간 가계이자 부담이 3조3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한다. 1인당 연간 평균 16만4000원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2%p 인상함에 따라 1년 새 이자 부담이 131만2000원 늘어난 셈이다.  

    또 경기둔화 신호음은 경기 전망치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로 올려잡았다. 1998년 4월 물가안정 목표제가 시행된 뒤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도 물가상승률 역시 3.7%로 내다봐 한은의 물가 목표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 전망이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경제 전망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2.6%, 내년 성장률은 2.1%로 각각 석달 전에 비해 0.1%p, 0.3%p 낮췄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능성은 경계했다. 그는 "우리경제가 전망대로 내년 2.1% 성장하면 잠재성장률을 웃돌아 경기 침체로 볼 수없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선방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성장 측면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 여건의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린데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에 달한 데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4%에 달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 총재는 "5∼6%대의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물가 정점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달 예상한 3분기말~4분기초 보다 소폭 앞당겨질 가능성이 나왔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 유가가 큰 폭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점은 7월 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정점이 지난 것을 안정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하락세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투자 감소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3.7%에서 4.0%로 상승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회복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