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잔고 여전히 19조원대...코스피 3000 당시 수준원-달러 환율이 급등에도 외국인 매수세 이어져"원화 약세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 대외 요인에 근거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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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치솟는 금리에 이자 부담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5일 기준 19조3천50억원이었다. 이달 10일부터 줄곧 1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잔고는 6월 15일까지 21조원대였다가 급락장을 거치며 가파르게 줄어 6월 28일에 17조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7월 7일에는 17조4천946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초를 기점으로 증시가 반등하자 '빚투' 잔고도 덩달아 증가해 지난 22일에는 19조5천450억원까지 늘었다. 한 달 반 만에 2조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시 호황과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처음 25조원을 넘었던 작년 8∼9월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

    하지만 19조원대인 현재 잔고는 코스피 3000 돌파 직전이던 2020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거래는 주가 급락 시 증시에 뇌관으로 작용한다. '빚투'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되면 투자자 개인이 손실을 볼뿐 아니라 증시도 추가 하방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시장 급락 때도 '빚투' 청산이 지수 낙폭 확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급등 과정에서 크게 늘었던 신용과 미수거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3천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코스피에서 줄기차게 주식을 내다 팔던 외국인은 지난달 14일부터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위주로 쓸어 담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는 동안에도 외국인은 매수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주에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돌파했으나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4천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한 날은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에선 고환율에 과거와 같은 신용위험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주식 순매수에 나선 배경으로 미국계 자금 유입을 꼽았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와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외국인이 매수에 나선 건 다소 의외"라며 "지난달까지 주식을 팔아온 유럽계 자금의 매도세는 둔화하고 미국계와 아시아계 투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 비중을 국적별로 보면 미국계가 41.2%로 가장 높고, 영국 8.1%, 싱가포르 6.6%, 룩셈부르크 6.4%, 아일랜드 4.3%, 캐나다 2.8%, 노르웨이 2.8% 등 순이다. 유럽계 자금 비중은 30%로 미국 다음으로 높다.

    염 연구원은 "최근 2주간 미국의 장기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유입됐다"며 "미국 자국 내 투자 펀드보다 해외 투자 펀드에 자금이 더 큰 폭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환율 급등이 달러화 초강세 때문이지 우리나라 기초여건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화의 가치 하락이 큰 폭의 경기침체나 신용위험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6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에 대한 신뢰 문제보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 등 주로 대외 요인에 근거한다"며 "원화뿐만 아니라 여타 주요 통화도 약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용위험을 대변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 56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지난 25일 33bp로 떨어지는 등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고점 형성도 미국 물가 변곡점과 맥을 같이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다른 주요국 금리차 축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원-달러 환율은 3분기 이후 다시 1200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순매수는 저가 분할 매수 성격이 있다"며 "환율이 계속 높거나 코스피 수준이 낮아지면 매수세가 유입되지만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고 지수가 2500을 웃돌면 매도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