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강경 매파… 10년만 최악금융채 4% 돌파… 은행, 자금조달 고통 장단기금리역전 지속… 경기침체 불가피
  • ▲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니터를 주시하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한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니터를 주시하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중앙은행장의 강경 매파 발언에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채권시장까지 발작 증상을 보이고 있다.

    30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28%p 오른 3.653%로 마감했다. 5년물은 3.76%, 10년물은 3.71%로 고시됐다.

    시장금리 바로미터인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첫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여파로 3.75%까지 치솟은 이후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3.6% 이상 고금리는 유럽발 금융위기가 닥쳤던 2011~2012년 이후 약 10여년 만이다.

    채권시장 혼란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75%p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파월 의장의 말이 현실화되면 연준은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게 된다.

    여기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 발언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은 한동안 상승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이 참석한 잭슨홀 회의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금리인상폭을 0.25%p 수준으로 조정하면서도 인상시기를 내년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JP모건은 내년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예상금리가 성큼 올라서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고통도 배가 됐다.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18%로 지난 26일 4%를 돌파한 이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올해 최고점이었던 지난 6월17일 4.15%를 넘어섰다. 전세자금대출 기준금리인 2년물도 4.03%로 4%대에 진입했다.

    정부는 채권시장 안정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채권시장 반응에 유의하면서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9.1원 상승한 1350.4원에 마감했다.

    은행권은 당분간 상승 요인이 많아 시중금리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까지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8%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세에 비해 자금조달비용이 더 큰 상황"이라며 "금리 외에도 환율, 경기침체 가능성 등 악재가 너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지표를 가늠하는 국고채 10년물(3.71%)과 20년물(3.66%)의 장단기금리역전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5년물과 10년물도 역전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한국은행은 올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미국이 앞으로 금리인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크게 둔화될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상방 요인보다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