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전월세물량 5.5만건…2년전比 88.1%↑9월 입주아파트 3만6094가구…전년대비 2배 '껑충'
  •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 임대차시장에서 역전세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8월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특히 이달 2000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은 3만6000여가구의 아파트입주가 예정돼 있어 역전세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월세시장 침체가 가속화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수요가 뚝 끊기고 매물만 넘치고 있다. 2년전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직후 집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셋값이 폭등했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의 조사결과 지난 8월말 기준 서울아파트 전월세물량은 총 5만5114건으로 한달전보다 8.0% 증가했다. 이는 2년전인 2020년 8월 2만9295건보다 88.1%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전세시장의 약세원인으로는 대출규제와 고금리가 꼽힌다.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4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현재 4%대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대출금리가 월세전환이율(평균 3.5%)보다 높아지면서 전세수요가 월세로 옮겨간 것이다.

    계약만기가 다가오는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일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낮춘 급매를 내놓으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가을 이사철을 앞둔 8월 말부터 전세 문의가 몰렸는데 올해의 경우 평소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보증금을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3000만원 낮춰야 거래가 겨우 성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지역에선 보증금을 수억원 낮춘 거래도 나왔다. 은마아파트 전용 84㎡ 5층 매물은 지난달 20일 5억9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9월 같은 층 매물의 거래가격인 10억5000만원보다 5억원 가까인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세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중 평소보다 많은 3만6000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는 것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에서 지난해보다 2배 많은 3만6094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지역별로는 경기 입주물량이 1만3801가구로 가장 많다. 수도권 입주물량인 1만7950가구의 77%가 경기지역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입주가 집중되는 지역의 경우 기존 주택매도가 지연되면서 미입주나 역전세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자금 대출의 금리가 만만치 않은 만큼 올해 연말까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그동안 일부지역 전세시장 호가가 과도하게 올랐던 것도 역전세난이 심화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보다 아파트 입주량이 늘고 전세의 월세화현상으로 전국적인 전세대란 우려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전세대출 이자부담이 전세의 월세 전환이율보다 높아 지고 있어 당분간 월세화와 역전세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