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D램 가격 13~18% 하락 전망…내림폭 커질 듯수요위축에 재고 쌓여…제조업 재고 4개 분기 연속 늘어OECD 수출전망 9.2→4.7% '반토막'…고환율에 수입부담↑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치솟는 환율에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믿는 구석인 반도체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23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현저히 줄어 재고 압력이 커졌다며 4분기 가격 내림폭이 가팔라질 거라는 관측을 내놨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10~15% 내린 데 이어 4분기에는 13~18% 떨어져 하락폭이 더 커질 거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압력으로 성수기 수요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PC용 D램 가격은 4분기에 3분기보다 10∼15%, 서버용 D램은 13∼18%쯤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모바일 D램과 그래픽 D램은 각각 13∼18%, 10∼15% 하락할 거로 예측했다.

    국내 반도체 출하량도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국내 반도체 생산은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17.4% 늘었으나 전달보다는 3.4% 줄었다.

    출하량은 22.7% 감소했다. 5월 8.6%, 6월 5.1% 각각 증가했다가 7월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달과 비교해도 26.1% 줄었다.

    반도체 재고는 급증했다. 1년 전보다 80.0% 급증했다. 전달보다도 12.3% 늘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국내 제조업 재고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전체 제조업 재고/출하비율(재고율)은 125.5%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5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재고는 증가 추세다. 지난 16일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상황 평가보고서'를 내놓은 대한상공회의소 설명으로는 제조업 재고는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이례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올 2분기의 제조업 재고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8.0% 증가했다. 분기별 수치로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업종별로는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의 순이다.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의 경우 재고 비중이 지난해 2분기 24.7%에서 올해 27.9%로 상승했다.

    대한상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재고가 쌓여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줄이면 고용과 시설투자가 줄면서 경기둔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전선에는 비상등이 들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202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9.2%에서 4.7%로 대폭 낮춰잡았다. 반 토막 수준이다. 내년 수출 전망도 기존 4.1%에서 3.2%로 증가율을 하향 조정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5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경상수지도 마이너스(-) 전환을 앞두고 있다. 김영환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지난 7일 "(8월) 무역적자가 상품수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다음 달에)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미국발(發) 긴축으로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수입 부담이 배가됐다. 예전과 달리 원화 약세를 지렛대 삼아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리기도 어려워졌다. 수출용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수입 부담이 커진 데다 달러가 '나 홀로' 초강세를 띠면서 경쟁국 통화 가치가 함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